본문내용 바로가기
[활로 찾는 공공재개발]②<전문가 진단>“공공의 껍질 깨고 민간의 디테일 입어야 생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6-10 05:00:11   폰트크기 변경      
“기피 부서 전락한 실무진에 인센티브 주고, 민간 출신 중재자 투입해야”

이은숙 리얼플랜컨설팅 대표

[대한경제=임성엽 기자]공공 주도 재개발 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나 민간 수준의 ‘영업 마인드’와 ‘디테일’을 이식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9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따르면 이은숙 리얼플랜컨설팅 대표(명지대 겸임교수ㆍ사진)는 최근 SH 자문회의에서 공공재개발 제도의 사업시행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같이 자문했다.

이 대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성에 있다고 봤다. 과거 공공재개발은 사업성이 없는 지역의 ‘유일한 돌파구’였다. 현재는 서울시 ‘모아타운’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대체 가능한 선택지가 늘어나며 공공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

주민들은 공공재개발 추진 시, 재산권 강제수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공공은 도심 내 복잡한 이해관계를 1:1로 섬세하게 풀어내기보다 아직도 택지개발방식의 관성에 갇혀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도심은 같은 동 내에서도 층별, 위치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섬세한데 대규모 설명회 위주의 행정편의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장의 인적자원의 문제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 대표는 분석했다. 도심 정비사업은 민원 강도와 난이도가 최상급에 속하지만, 승진이나 보상은 본청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구청 실무자들은 정비 업무를 기피하고 잦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단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SH를 예로 든다면 서울시장이 바뀌거나 정부정책 변화 시 공공재개발사업도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사업상 불확실성이 큰 문제”라며 “세운4구역과 백사마을이 시장 교체에 장기지연 된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치구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고생하는 실무 인력에 대한 상응하는 인사상 인센티브와 전문직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의 핵심인 ‘보상’과 ‘설계’에서 민간과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업 성공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관점’ 합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태희 연구위원은 “사업시행자가 토지 등 소유자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지향점을 가진 주체다 보니, 자산가치 상승이 가장 중요한 민간과 임대주택이나, 특화설계 측면에서 시각 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숙 대표는 “민간은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등 유연한 협상이 가능하지만, 공공은 법적 감정평가금액을 고수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비, 동의서징구비용 등 조합의 초기 매몰비용을 공공 시스템 상 인정하기 어려운 점도 협상의 걸림돌이다.

LH나 SH가 제시하는 표준형 평면과 디자인 역시 민간 트렌드에 비해 낙후돼 있어 주민과 심의위원들의 부정적 편견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이를 실행할 행정 체계가 무너지면 사업은 표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통합심의 제도는 여러 심의를 한꺼번에 진행하다 보니 사전 검토 단계에서 위원들 간의 조율 기간이 길어지고, 용역사는 동시다발적인 요구에 과부하가 걸리는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간극을 메울 해결책으로 ‘전문 코디네이터’ 도입을 강력히 제안했다. 민간 정비사업 현장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공공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민간 출신 전문가를 사업 초기부터 투입해, 공공이 직접 하기 힘든 '협상의 통역사이자 완충재'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숙 대표는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민간 출신의 전문가 혹은 공직 경험이 있는 민간인으로 사업초기부터 주민들과 밀도있는 신뢰를 쌓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재개발에 대한 성급한 평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도시정비실장은 “LH 거여새마을, 성북1구역과 같이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과 설계의 완성도를 높여 사업을 추진하고, 시공 역시 대형 건설사가 참여해 품질 측면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며 “공공사업 특유의 경직성이라는 단점은 존재할 수 있지만, 직접 심의를 수행해 본 실무적 관점에서는 공공재개발의 성과를 속단하기보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부동산부
임성엽 기자
starleaf@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