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체일수에서 공제되는 ‘수급인에게 책임 지울 수 없는 사유’를 엄격하게 보고 있다. 즉 ‘예상하지 못한 사정 발생’과 ‘그 사정으로 일정 기간 예정 공정을 실제로 진행할 수 없어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점이 특정ㆍ입증되어야 하고, 단지 발주자 사유가 시공자 귀책과 경합하여 공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정도는 공제 사유가 아니라 감액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다6013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기준은 하급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다. 예컨대 서울고등법원은 발주처 사유로 인정되는 기간(조수간만, 설계좌표 오류, 보안 문제로 착수 지연 등)을 지체일수에서 공제하여 지체상금 대상일수를 29일로 줄인 뒤, 남은 지체상금이 과다하다고 보아 민법 제398조 감액(85%로 감액)으로 마무리했다(서울고등법원 2017. 11. 23 선고 2016나2071721 판결). 수원고등법원도 같은 취지에서, 시공자가 발주자의 기성금 지급지연, 자재입고 지연, 우천 등으로 지체일수 공제를 주장한 사안에서 ‘경합 가능성’만으로는 지체일수 공제 사유가 되지 않고 감액에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공제 주장을 배척하였고, 다만 발주자의 기성금 일부 지급 지연, 추가공사 지시 등이 공사지연에 영향을 주었을 사정을 들어 지체상금을 70%로 감액하였다(수원고등법원 2023. 10. 12 선고 2021나26938 판결).
이를 종합하면 법원이 동시지연(귀책 경합)을 다루는 실질 흐름은 다음의 단계로 정리된다. ①약정 준공일 다음날을 기산점으로 하여 지체기간의 종기를 확정해 1차 지체상금을 산정한다. ②발주자 사유가 있는 경우 그 기간이 곧바로 공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유로 인해 예정 공정이 실제로 중단ㆍ불능이었고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점이 특정되어야 지체일수에서 공제된다. ③공제 후에도 금액이 과다하면, 동시지연 정황(기성금 지급지연, 선행공정 지연 등 발주자 측 지연)을 폭넓게 반영해 민법 제398조 제2항 감액으로 최종 형평을 맞춘다.
박수현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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