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예수 그리스도의 탑’ /사진= AP 연합뉴스 |
[대한경제=이수형 기자] 172.5m 높이의 거대한 십자가가 145년의 기다림 끝에 위용을 드러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축물로 등극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예수 그리스도의 탑’은 ‘신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유산이다. 가우디가 타계한 지 100년이 지난 올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관, 구조 공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위원회는 올 초 성당의 18개 첨탑 중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 공사를 마무리한 데 이어 탑 내부 조형물 ‘하느님의 어린 양’ 설치를 끝내고 10일(현지 시각) 준공식을 가졌다.
교황 레오 14세 “돌로 된 성경이 한 세기 만에 상징적 결실 맺어”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에 이처럼 오랜 기간이 걸린 이유 중 하나는 가우디의 ‘자연주의 기하학’ 설계를 현실로 구현하기 어려워서다. 유년기를 보낸 리우돔스의 시골농장에서 자연을 보며 건축적 영감을 키운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는 철학을 고수했다. 동시에 “구조는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며 전통적인 고딕 양식은 대자연의 법칙(중력)을 잘못 다룬 설계로 보고 혐오했다.
이러한 생각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설계에도 구현됐다. 중력으로 느슨해진 줄을 뒤집은 모양의 ‘현수선 아치’와 위로 갈수록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가지가 갈라지는 ‘나무형 기둥’이 그것이다.
![]() |
|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사진= AFP 연합뉴스 |
현수선 아치는 무게가 측면으로 분산되지 않아 고딕 양식의 부축벽이 필요 없다. 가우디의 설계 철학에서 ‘중력을 잘못 다룬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 방편인 부축벽을 없앤 것이다.
또 나무형 기둥은 자연의 곡선이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천장의 무게를 여러 갈래로 분산해 건물을 완벽하게 지탱한다.
문제는 이러한 해법이 실제 작업에서 엄청난 난도를 가졌다는 것이다. 현수선 아치는 완성됐을 때가 돼서야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시공에 어려움이 따른다. 정점의 키스톤이 박히기 전까진 옆으로 미끄러지는 힘이 작용해, 정밀하게 만든 지지대와 함께 쌓아 올려야 한다.
나무형 기둥도 구현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나무형 기둥은 미세한 각도 오차만으로도 하중이 기둥 중심을 벗어난다. 석재는 전단력(수직으로 어긋나게 작용하는 힘)에 약하기 때문에 하중이 조금만 벗어나도 가지가 갈라지는 부분이 버티지 못한다. 기둥 모두가 제각기 다른 모양인 탓에 규격화된 생산도 불가능하다.
![]() |
| 안토니 가우디가 그린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케치 /사진 = 가우디연구소 |
최대 난관은 가우디의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1926년 가우디의 타계 당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프로젝트는 4분의 1만 진행된 수준이었다. 여기에 스페인 내전 동안 가우디가 작성한 설계도 등이 소실되는 부침을 겪었다.
3대에 걸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참여한 석공장인 조르디 바르바니는 미국 스미소니언매거진과 최근 인터뷰에서 “꿈속에서 가우디를 여러 번 만났다”며 “그와 직접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한 채, 그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이해하고 찾아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 |
|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예수 그리스도의 탑’ /사진= AP 연합뉴스 |
고난 끝에 공개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가장 눈에 띄는 상징물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의 높이(172.5m)에는 신을 향한 겸손의 의미가 담겼다. 가우디는 이 탑을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몬주익 언덕(해발 173m)보다 낮게 설계해 ‘하나님의 창조물(자연)’을 넘지 않고자 했다.
동시에 12사도, 4복음서 저자, 성모 마리아,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총 18개의 탑 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가장 중심에, 가장 높게 배치해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것의 중심’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 탑 최정상에 있는 ‘4개의 팔을 가진 십자가’는 가우디가 자신의 주요 걸작들에 마침표처럼 활용한 그의 상징이다. 십자가 자체만으로 높이 17m, 너비 13.5m에 달해 바로셀로나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여기에 가우디가 자연에서 가져온 유기적 곡선도 이 십자가의 특징이다. 생동감 있는 십자가의 겉면을 흰색 에나멜 세라믹 타일과 유리로 마감했으며 낮에는 태양광으로, 밤에는 자체 조명으로 바르셀로나 하늘을 밝힌다.
이수형 기자 leesu@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