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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물 잠김’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5월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전월 대비 32%나 급감했다.
매물 가뭄에 서울 전체 토지거래허가 신청 가격은 1.55% 오르며 집값이 뛰는 부작용이 수치로 나타났다. 최고 80%가 넘는 징벌적 세금부담이 매물잠김의 도화선이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 건수는 총 60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일인 5월 9일을 앞두고 절세 목적의 신청이 폭주했던 지난 4월의 8952건에 비해 32.0%나 급감한 수치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접수된 신청 건수의 절반 이상은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인 첫째 주에 몰렸다.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한 이른바 ‘막차 수요’가 집중된 5월 1주 차에는 단 일주일 만에 3213건이 접수되며 일평균 642.6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예 조치가 완전히 끝난 5월 2주 차부터 4주 차까지는 일평균 신청 건수가 205.3건으로 뚝 떨어졌다. 유예 종료와 함께 세금 폭탄이 현실화되자 다주택자들이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이며 거래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거래가 크게 줄어, 매물이 귀해지면서 가격은 오히려 급등했다. 5월 한달 간 접수된 서울 전체 토지거래허가 신청가격은 전월 대비 1.55% 상승했다.
양도세 중과유예 발표로 시장 가격이 둔화되기 이전인 연초 가격 상승률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권역 별로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적은 지역들의 오름세가 가팔랐다. 서남권 4개 구가 2.08% 급등하며 서울 권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북권 10개 구 역시 전월 대비 1.72%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전 급매물이 상당수 소진된 강남 3구 및 용산구도 0.81% 오르며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한강벨트 7개 구 역시 매수세 유입이 지속되며 전월 대비 1.36% 상승해 서울 전역에서 뚜렷한 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5월 지표는 구조적 ‘매물 잠김’의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본다. 양도세 최고세율이 최대 82.5%에 달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하므로 다주택자들의 정상적인 매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직접 “집을 팔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니, 매매 기회가 끝난 이상 더 이상 나올 매물도 없다는 뜻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다주택자 중과 시행 이후 징벌적 세금이 부과되자 매물 잠김이 본격화됐다”며 “5월 9일 전 양도세 회피 매물이 나오며 가격 하락한 것은 미봉책이란 우려가 현실화 된 것으로 근본적인 공급 정책 없이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요원해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4월부터 5월 1주 차까지 접수된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 중 다주택자 매물 실거주 유예 신청 건수는 3311건으로 전체의 27.2%를 차지했다. 특히 세금 부담이 큰 한강벨트 7개 구의 실거주 유예 신청 비중이 38.2%로 가장 높게 나타나,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매물이 그간 집중적으로 쏟아졌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제 세금을 피할 퇴로가 완전히 막히면서,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장기전 모드인 ‘버티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늘어난 보유세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해 세입자에게 조세를 전가하거나, 자녀에게 빚을 포함해 물려주는 ‘부담부증여’ 방식으로 우회할 확률이 높아 서민 주거 불안과 자산 양극화라는 부작용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량 급감은 예견된 수순이며, 본격적인 매물 잠김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회수하는 반면, 매수자들도 세제 개편 등을 관망하며 눈치를 보고 있어 거래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징벌적 구조 속에서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시장에 헐값으로 내놓을 물건이 없다”며 “매물이 줄어든 데다 호가까지 오른 상태라 매수자들 역시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가뭄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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