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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실리콘 캐패시터’가 뜬다… 삼성전기 새 먹거리로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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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14 10:22:58   폰트크기 변경      
MLCC·FC BGA 이어 실리콘 캐패시터까지… AI 토털 솔루션 공급자 도약

삼성전기 실리콘캐패시터 개발 그룹장 김원기 프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실리콘캐패시터 목업. /사진: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사진: 삼성전기 제공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삼성전기가 실리콘 캐패시터(Si-Cap)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AI 반도체의 고성능화로 기존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가 대응하기 어려운 초박형·고주파 환경이 확대되면서 전력 안정화 핵심 부품으로 실리콘 캐패시터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대기업과 1조500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기존 MLCC와 FC-BGA 패키지 기판 사업에 실리콘 캐패시터를 더해 AI 데이터센터용 핵심 부품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전자부품이다. 전력 사용량이 순간적으로 증가할 때 부족한 전력을 보충하고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물탱크나 댐이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AI 시대 들어 실리콘 캐패시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반도체 구조 변화 때문이다.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좁은 공간에 더 많은 기능을 집적하면서 전력 소모도 급격히 늘고 있다.

삼성전기에서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을 총괄하는 김원기 그룹장은 “최신 공정들은 작은 공간에 여러 기능을 넣는 것이 성능을 올리는 핵심”이라며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런 환경에서 캐패시터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캐패시터 시장은 MLCC가 사실상 장악해 왔다. MLCC는 세라믹과 전극을 여러 층으로 쌓아 용량을 확보하는 구조로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층수를 높여야 하는 만큼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AI 서버용 패키지는 공간 제약이 커지면서 기존 MLCC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이 늘고 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 구멍을 형성해 표면적을 넓힌 뒤 전극과 유전체를 증착하는 구조로, D램에 활용되는 ISC(Integrated Stack Capacitor) 기술을 응용해 작은 면적에서도 높은 용량을 구현했다.

가장 큰 강점은 초박형 구조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반도체 칩 바로 옆이나 패키지 내부에 탑재할 수 있다. 김 그룹장은 “높이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면 실리콘 캡을 쓸 필요가 없고 MLCC가 훨씬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며 “반대로 높이가 제약된 영역에서는 실리콘 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고주파 특성에서도 강점을 가진다. AI 서버는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순간적으로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는데, 실리콘 캐패시터는 MLCC보다 낮은 기생 인덕턴스(ESL·전류 변화에 대한 저항 성분) 특성으로 전압 변동과 노이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김 그룹장은 “AI 서버는 정해진 프로그램을 계속 돌리는 구조가 아니라 대기하다가 요청이 오면 빠르게 처리한 뒤 다시 쉬는 방식”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순간적인 전력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를 MLCC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보고 있다. 김 그룹장은 “처음에는 실리콘 캐패시터가 MLCC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MLCC만으로는 설계가 안 되는 영역이 생기고 있다”며 “두 제품이 역할을 나눠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이 2031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 그룹장은 “처음에는 모바일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데이터센터에서 실리콘 캐패시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상황”이라며 “향후에는 피지컬 AI 영역으로도 실리콘 캐패시터 적용이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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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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