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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교섭 재개 속 노조는 내부 규약 갈등으로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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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14 10:53:18   폰트크기 변경      

통상임금 소송 선제조치 요구 빠진 수정안…교섭 결렬 시 16~18일 총회

생계비 지원 등 집행위 의결상정…규약 개정안을 둘러싸고 내부 논란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사 이래 첫 전면파업 이후 한 달 넘게 이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노사가 다음주부터 교섭 테이블에 다시 앉기로 한 가운데, 노조 내부에서는 오는 16~18일 예정된 총회를 앞두고 집행부가 제시한 규약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오는 16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노조는 앞서 사측에 협상 요구 수정안을 전달했으며 구체적 내용은 교섭이 열리는 시점에 공개할 방침이다. 수정안에는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관련 선제조치 요구가 빠진 것으로 알려져, 일부 쟁점에서 노조가 전향적 자세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월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사업장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제공

앞서 사측은 6.2%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당,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양측 갈등은 지난 5월 1~5일 창사 첫 총파업으로 정점에 달했다. 파업 이후 노조는 현장에 복귀하면서도 연장·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이어가며 압박 수위를 유지했고, 이 과정에서 파업 손실이 1500억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왔다. 회사의 올해 연매출 가이던스인 5조원 돌파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노사정 3자 대화도 시도됐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중부지청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22일 송도사업장에서 노사정 대화가 열려 노사가 평일·주말 구분 없이 교섭을 이어가기로 합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달 8일 노동부 중재로 다시 열린 노사정 미팅에서도 구체적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노조는 이번 교섭이 결렬될 경우 16~18일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24~28일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는 계열사별 이해관계 차이로 연대 동력을 잃었다는 점을 초기업노조 탈퇴 추진 배경으로 들고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쟁점인 임금 인상률과 인사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고, 통상임금 소송 관련 요구가 수정안에서 빠졌다고 해도 나머지 쟁점에 대한 이견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교섭이 또다시 공전할 경우 노조 총회와 초기업노조 탈퇴 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갈등의 무게중심이 새로운 국면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런 가운데 노조 집행부가 발의한 규약 개정안이 노조원들 사이에서 별도의 논란이 되고 있다. 대의원회와 조합원의 감시 권한을 약화시키고 집행부 이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노조 집행부는 최근 공지를 통해 16~18일 총회의 주 안건으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탈퇴와 함께 규약 개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집행부가 내놓은 개정안 내용이 노조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핵심 쟁점은 조합비 사용의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생계비 지원’(임원의 신분보장) 조항이다. 통상 노조는 조합비나 기금 용처를 정할 때 부정 지출을 막기 위해 의결기구인 대의원회 심의를 거치거나 전체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집행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생계비 지원 범위와 구체적 절차를 집행위원회(임원) 의결만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집행부가 임원진의 편익에 따라 조합비를 지출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개정안 제28조(회계) 3항에 ‘투쟁기금 적립 및 긴급 재정조치’ 조항을 신설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금의 설정 및 운용 권한 역시 대의원회가 아닌 집행위원회 의결 사항으로 규정했다. 노조의 사활이 걸린 긴급 재정조치나 대규모 기금 조성은 조합원 권익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임에도,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 심의 없이 임원 소수의 거수만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이 알려지자 노조 내부에서는 집행부가 독립 노조 설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권한을 독점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규약 개정안 제21조(임원의 신분보장) 내용을 보면 변호사비, 벌금, 과태료 지원까지는 이해하지만 생계비는 왜 포함됐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회계 상태를 고려할 때 생계비 지급 기준이 집행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으로 책정될 우려가 크다. 이런 중대 사안은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16~18일 총회는 노사 교섭 재개 여부에 따른 향후 대응 방안 논의뿐 아니라, 초기업노조 탈퇴와 규약 개정을 둘러싼 노조 내부 갈등이 동시에 표면화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부적으로는 사측과의 임단협 갈등, 내부적으로는 집행부와 조합원 간 신뢰 문제가 겹치면서 노조가 이중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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