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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미국 정부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대표 기업인 앤트로픽의 최상위 AI 모델에 대해 전격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ICT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AI 협력을 위해 앤트로픽의 손을 잡은 지 불과 열흘 만에 서비스가 전면 차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빅테크에 종속된 AI 생태계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가 차원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소버린(Sovereign) AI’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외신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국가 안보 지침에 따라 앤트로픽의 최신 차세대 AI 모델인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대한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전격 시행했다. 미국 안보 당국은 외부 연구진이 특정 우회 프롬프트를 통해 페이블 5의 안전장치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해외 접속뿐만 아니라 미국 내 거주하는 외국 국적자, 심지어 앤트로픽에 근무 중인 외국인 직원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초강수다. 이에 앤트로픽은 “기술적 사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조치”라며 미국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규정 준수를 위해 전 세계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두 모델의 서비스를 즉시 중단했다. 외국인과 내국인 이용자를 실시간으로 식별해 차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서비스 중단으로 가장 당혹스러운 곳은 한국 정부와 국내 주요 기업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2일 앤트로픽이 주도하는 사이버보안 특화 AI 협력체인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대거 합류했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보안이 검증된 국가와 기관에 차세대 모델인 ‘미토스’ 계열을 선제 제공해 사이버 위협 대응력을 높이는 글로벌 동맹이다. 하지만 이번에 차단된 미토스 5가 국내 참여 기관들이 활용해야 할 핵심 후속 모델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공들인 글로벌 AI 협력 프로그램이 시작부터 공전할 위기에 처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앤트로픽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구체적인 배경과 적용 범위 등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국가안보실 중심의 협의체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규 AI 모델 공개 전 정부가 최대 30일 간 보안 검토를 수행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번 앤트로픽 수출 통제까지 터지자 시장의 규제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오픈AI 역시 뉴욕주 검찰로부터 사업 운영 전반과 ‘모델 아첨(AI가 이용자 성향에 과도하게 동조하는 현상)’ 현상 등에 대한 소환장을 받으며 규제 리스크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추세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일정도 돌연 연기되며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 논의도 올스톱됐다.
학계와 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외산 AI 의존증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리 긴밀한 글로벌 협력 관계를 맺더라도, 해당국 정부의 정책 변화나 자국 우선주의 규제 한 방에 첨단 기술 접근권이 언제든 박탈될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이번 사태는 AI가 국가 전략물자처럼 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소버린 AI 개발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국방·의료·행정 등 핵심 분야에서는 해외 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 가능한 AI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정부의 규제로 해외 AI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더라도 국가 필수 업무는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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