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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이란, 종전 합의 임박…파국 기로서 극적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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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14 16:08:50   폰트크기 변경      
트럼프 “서명 직후 호르무즈 개방”…핵 협상ㆍ동결자산 등 쟁점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과 이란이 우여곡절 끝에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9부 능선을 넘으며 합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중재국인 파키스탄, 카타르와 함께 14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전자서명 방식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3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이날 SNS에서 이란과의 전쟁 종식 및 비핵화를 위한 합의가 체결될 예정이라며 “서명 직후 호르무즈 해협이 모든 국가에 개방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우리는 평화협정에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며 “합의문에 대한 전자 서명을 즉시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역사적인 평화협정이 영구적 평화를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또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12일 전국에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미국과의 합의가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고 선언했으며, 최고지도자와 국가안보회의를 포함한 이란 최고 지도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그는 특히 이번 MOU에 대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분쟁을 종식할 것”이라며 “이란과 미국은 47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의 주권과 통치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양국 간 종전 MOU는 60일간 휴전과 함께 호르무즈 개방과 핵협상 개시를 골자로 한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30일 이내에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동결 자산을 해제하고, 이란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휴전 기간 진행될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를 둘러싼 협상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대 60일간 이어질 핵협상 실무 협의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여는 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합의문에 서명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미국 내 일정 문제로 인해 온라인 방식이 유력해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5일 출국 예정인 만큼, 밴스 부통령이 해외에서 서명 행사에 참석할 경우 대통령 부재 기간 미국 내에 머물러야 하는 부통령의 역할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주 극한에 달한 ‘파국’ 위기에서 ‘최종 타결’ 문턱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필사적 노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9일 미 육군의 ‘아파치 헬기 추락’ 사건 이후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급격히 고조됐으며, 이에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외교관들을 긴급 투입해 중재 노력을 시작했다.

특히 카타르 대표단은 10일 테헤란을 방문해 평화 합의 초안에 담길 새로운 문구를 가져왔으며, 이것이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국면의 전환점이 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파키스탄 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합의가 임박했다고 설득했고, 이에 트럼프는 이날 예고했던 사흘째 공습을 취소했다.

이후 합의와 파국의 갈림길에서 트럼프 등 각 국의 ‘합의 임박’ 선언이 일제히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진전됐다는 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SNS]

그러나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동결 자산,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여전한 만큼 변수는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MOU 체결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와 대이란 해상 봉쇄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란은 향후 해협 운영 과정에서 자국의 주권과 영향력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이란 제재와 동결 자금 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이란은 합의 직후 일부 동결 자금이 우선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란 합의 이행과 국제적 검증이 선행돼야 경제적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다. 미국은 이란이 핵시설 해체와 핵물질 제거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구체적인 핵 협상은 종전 합의 이후 별도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은 합의 임박 선언 직후 ‘자화자찬’식 평가를 내놓으며 협상 국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는 SNS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 핵합의 당시를 거론하며 “17억 달러(약 2조6000억원)의 현금을 포함해 이란에 수천억 달러가 지급된 것과 달리 어떤 돈도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무기를 위한 간편하며 아름답고 매끄러운 길”이었다고 비하하며 “내가 이란과 맺는 합의는 정반대다. 핵무기를 막는 장벽”이라고 자평했다.

바면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합의가 이란이 갈등을 거치며 더 강해진 모습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며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자”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가 전쟁 이전과는 더 이상 같지 않을 것”이라며 전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 이란의 역내 개입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란은 합의 시기에 대해서도 ‘14일’을 못박은 미국, 파키스탄 등과 달리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양측 모두 이번 합의를 자국의 외교적 성과로 부각하고 있지만, 실제 난관은 MOU 체결 이후 시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란이 서명할 의사가 있는 어떤 합의도 국내 정치적으로 승리로 포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MOU 성사 이후에도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을 ‘시간 벌기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전 국면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글로벌 시장 정상화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페르시안만에 갇힌 유조선들이 해협을 먼저 빠져나온 다음 에너지를 실을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해협에 진입해야 ‘질서 있는’ 재개방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이런 시도는 과거 어느 때도 없었다. 매뉴얼도 없다”며 해협 재개방 과정에서 극심한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임박 선언 직후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화기애애’했던 사진을 SNS에 공유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밝은 표정으로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이란과의 전쟁을 끝낸 후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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