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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톡] 정비사업 입찰 자금 조달 ‘고무줄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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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17 05:00:22   폰트크기 변경      
진행= 한형용 도시정비팀장

성수4지구 롯데건설 이주비 ‘위반’

신반포ㆍ압구정 마이너스 금리 ‘허용’
구청마다 제각각… 형평성 논란 확산

“서울시 명확한 가이드라인 시급”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성수4지구) 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분수령을 앞두고 있습니다. 총 1조3628억원 규모의 수주전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었습니다. 대우건설은 후분양 시 100% 연대보증과 추가 이주비 금리 지원을, 롯데건설은 조합원 최저 이주비 20억원 보장 등 조합원 혜택 2934억원 규모를 앞세워 조합원 수익성 극대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찰 제안서 내용을 둘러싼 지침 위반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업 일정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비슷한 시기 신반포19ㆍ25차, 압구정5구역 등 다른 사업지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조건이 사실상 허용되면서 구청마다 다른 잣대 논란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정비톡>에서는 도시정비분야 전문가 김준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를 초청해 성수4지구 입찰 제안서 쟁점과 자금 조달 규제의 문제점을 살펴봤습니다.


한= 최근 성수4지구, 신반포19ㆍ25차, 압구정5구역 등 굵직한 정비사업장에서 입찰 자금 조달 조건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핵심 문제가 뭔가요.
이= 한마디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거예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령에서 금지한 것과 금지하지 않은 것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보니까, 구청마다 해석이 달라지고 사업장마다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 법적으로 어디까지가 금지된 건가요.
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92조의2를 보면, 금지 유형이 딱 두 가지로 한정 열거돼 있어요. 하나는 이주비나 이사비 등을 현금이나 재산상 이익으로 무상 제공하는 것, 또 하나는 이주비 대출 금리를 시중 대출 금리보다 낮게 제안하는 겁니다. 예시 규정이 아니라 한정 열거예요. 중요한 건 롯데건설이 제안한 ‘최저 이주비 20억 보장’이나 포스코이앤씨의 ‘CD-1% 금리’ 등은 이 두 가지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그러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건데, 왜 성동구는 위반이라고 판단한 건가요.
이= 성동구의 판단 근거는 입찰지침이에요. 성수4지구 입찰지침에 ‘이주비는 개별 조합원의 담보가치 총액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거든요. 롯데건설은 LTV 100% 범위 내에서 최저 20억원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종전 자산평가액이 20억원에 못 미치는 조합원의 경우 실질적으로 담보가치를 초과하는 이주비가 보장되는 구조가 돼버리는 거죠. 반면 롯데건설은 “LTV 100% 범위를 준수했고, 다주택자처럼 규제로 인해 이주비가 적게 나오는 경우를 보완하기 위해 최저 한도를 설정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어요.


서울 성동구 성수4지구 설계안. / 사진 : 대한경제 DB


한= 비슷한 시기에 서초구 신반포19ㆍ25차와 강남구 압구정5구역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사실상 허용됐잖아요. 같은 맥락 아닌가요.
김= 그게 핵심적인 모순이에요. 신반포19ㆍ25차에서 포스코이앤씨가 ‘CD-1%’ 금리를 제안했는데, 서초구는 “위법 소지가 없진 않지만 관련 규정 미비로 문제 삼기 어렵다”며 최종 판단을 조합에 넘겼어요. 압구정5구역에서도 DL이앤씨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에 해당하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조합이 수용했고요. 그런데 성수4지구에서는 성동구가 명시적으로 ‘위반’이라고 판정한 거잖아요. 행정기관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는 행정 행위를 할 수 없는데, 과도한 개입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한= 이런 논란이 나올 때마다 과거 반포 1ㆍ2ㆍ4주구 현금 지원 사태가 언급되는데, 같은 선상에서 봐야 하나요.
김= 엄연히 달라요. 반포 1ㆍ2ㆍ4주구는 시공사가 조합원에게 이사비와 같은 현금을 제안했는데, 이건 도정법 시행령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재산상 이익 무상 제공’에 해당해요. 금지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주비 대출은 돈을 빌려주는 거예요. 추가 이주비 금리가 6∼7%를 넘어가는 현실에서 합리적인 조합원이라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신청을 안 해요. 더 많이 빌려주겠다는 게 조합원에게 해가 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건데, 이걸 현금 지원과 같은 선상에서 제한하는 건 맞지 않다는 거죠.

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성동구가 지난 10일 조합에 전달한 법률검토 결과에 반영된 대법원 판례(2013다37494) 인용 문제죠.
김= 해당 판례는 과거 상계2구역에서 벌어진 금품ㆍ향응 제공에 대한 판결이었어요. 성수4지구의 자금 지원 부분과는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대법원 판례가 위반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법령이나 정관에서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인데, 성동구 공문은 이 판례를 인용하면서 그 대상을 ‘입찰지침에서 정한 절차나 금지사항’으로 서술했어요. 이 부분도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거죠.

한= 결국 경쟁 입찰이 붙는 사업장마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게 구조적 문제네요. 어떤 방향으로 정리가 돼야 할까요.
김= 도정법 시행령 92조의2가 금지하는 두 가지, 즉 현금 무상 지원과 시중 금리 이하의 이주비 대출은 확실히 금지하고, 그 외에는 조합원에게 실질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열어주는 게 맞아요. 예를 들어 기본 이주비는 정부 LTV 정책 범위 내에서, 추가 이주비는 기본 이주비와 동일하거나 높은 금리로 허용하되 규모는 시공사가 자율적으로 제안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서울시가 공공지원제도 운영 가이드라인을 정비해서, 입찰지침 작성 단계부터 쟁점이 될 수 있는 조항을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해야 해요.

한= 입찰지침 해석에 대한 주체, 뒤늦은 유권해석, 구청마다 다른 잣대. 성수4지구 논란은 조합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에 대해서 지자체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순간, 시공사의 민원창구로 전락할 수도 있는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조합원 보호가 제도의 존재 이유인 만큼, 서울시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됩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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