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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MOU 타결…19일 스위스서 공식 서명,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수순
중동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반도체·건설·공조·방산 수혜 전망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UAE·사우디 AI 프로젝트 탄력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미국과 이란이 106일 간 이어진 중동 전쟁을 끝내기로 극적 합의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목줄’이었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방침을 밝혔고,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종전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종전으로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를 점하는 동맥이 정상화 수순을 밟으면서 고물가·고환율·고유가라는 ‘3고(高)’ 압박에 시달리던 한국 산업계도 한숨 돌리게 됐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함께 중동 지역의 미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AI 인프라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중심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UAE의 1GW급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휴메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종전 이후 중동 지역의 투자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이들 프로젝트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호재다. AI 서버에 필수적인 엔비디아 GPU 공급이 늘어날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동발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심장’인 열 관리 분야에선 LG전자의 수혜가 거론된다. 중동의 초고온 기후에 특화된 LG전자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향 고효율 HVAC(냉난방공조) 및 냉각설비는 북미 시장에 이어 중동에서도 대규모 수주 랠리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건설업계 역시 기대감이 높다. 업계에선 종전 이후 중동 지역 인프라 투자와 도시 개발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네옴시티를 비롯한 메가 프로젝트의 투자 집행이 본격화될 경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는 물론, 네이버 등 국내 IT 기업의 스마트시티 맞춤형 ‘디지털 트윈’ 및 클라우드 수출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가장 즉각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은 항공과 해운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기대에 한때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던 국제유가도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100일 넘게 갇혀있던 선박들의 통항이 재개되면서, 해운업계 역시 물류 정상화와 우회 운항 비용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종전이 국내 방산업계에도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태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종료가 방산주에 악재라는 통념과 달리, 이란의 미사일 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중동 국가들의 방공망 강화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UAE·사우디와 추진 중인 KF-21 협력 사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산업계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유가 급락에 따른 정유업계의 단기 재고평가손실 우려와, 이란산 원료 확보로 인한 중국 석유화학 업계의 증산 가능성 등 업종별 ‘계산서’도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이번 합의가 최종 평화협정이 아닌 종전 MOU 단계인 데다 향후 60일 간 진행될 후속 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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