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67.7%↑ 나홀로 질주
美 관세 직격탄… 승용차 7.5%↓
철강 수출 늘었지만 ‘저가 건설자재’뿐
내구재 부진, 건설·제조업 경기 발목
![]() |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가 수출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인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 사진: 현대차그룹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5월 승용차 수출이 전년대비 2.8% 감소했다. 한국 승용차 수출의 44.5%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에서 수출이 줄어든 것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가 통관 통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경고음으로 읽힌다.
15일 관세청이 확정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5월 수출은 878억달러로 전년대비 53.4%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270억달러 흑자로 1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호실적을 이끈 건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액은 372억9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67.7% 늘며 3개월 연속 300억달러를 넘어섰고,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5월 전체 수출 증가분(약 306억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동차가 최대 시장 미국에서마저 뒷걸음질친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 |
문제는 수출 증가율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만 보면 한국 경제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제조업의 체감 경기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달 승용차 수출은 전체적으로 7.5%, 자동차부품은 7.8% 줄며 2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대미 수출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 부진이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승용차(-2.8%) 외에도 자동차부품(-11.6%), 가전제품(-36.7%), 석유제품(-3.6%) 등이 함께 줄었다. 관세 여파가 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소비재ㆍ중간재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철강 역시 비슷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5월 철강제품 수출액은 40억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6.6% 늘었지만, 내용을 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건설용 철근 등 저가 자재 수출 비중이 커지는 반면, 열연ㆍ후판 등 고부가 주력 제품 수출은 줄어드는 ‘제품 믹스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수출액은 버텨도 채산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국내 건설경기와도 무관치 않다.
내수 건설 발주가 위축되면서 철강업체들이 남는 철근 물량을 해외로 돌리고 있는데, 정작 이 물량이 해외 시장에서도 저가 경쟁에 노출되며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내수 부진→재고 누적→저가 수출 확대→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단면이 통계에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기업의 설비투자 동향을 가늠하는 자본재 수입 통계도 같은 양극화를 뒷받침한다.
자본재는 기계류ㆍ정밀기기ㆍ반도체 제조장비처럼 생산에 투입되는 설비를 뜻하며, 수입 증가는 해당 분야 투자 확대를 의미한다. 5월 자본재 수입은 전년대비 28.0% 늘었는데, 메모리반도체(139.6%)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68.3%)가 증가세를 주도한 반면 항공기(-24.9%), 컴퓨터(-2.7%) 등은 줄었다. 투자가 반도체에만 쏠리는 동안 다른 제조업의 투자 동력은 식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원유 수입단가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5월 원유 수입단가는 배럴당 117.8달러로 전년대비 61.9% 뛰었다. 수입 중량은 22.9% 줄었는데도 수입액은 24.8% 늘었다는 게 그 증거다.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 레미콘ㆍ아스팔트 등 유류 의존도가 높은 건설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 제강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발주 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건설사들마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저가 수입산 철강재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며 “수출에서는 저가 건설자재 외에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내수마저 수입산에 잠식당하는 이중고에 업계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