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주된 100억 이상 대형공사
계약방식 무관…36건 중 34건 깎여
5년 전 근절 약속했지만 관행 여전
LH 등은 설계액 그대로 산정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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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백경민 기자] 조달청의 100억원 이상 대형공사 중 대다수가 기초금액 확정 과정에서 조사금액 대비 최대 2.31%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와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 적격심사 등 계약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관된 경향을 보였고, 기초금액 삭감 없이 정상 추진된 입찰은 극소수에 그쳤다. 이는 설계금액 그대로 기초금액을 정하는 다른 발주기관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15일 〈대한경제〉가 ‘5월 대형사업 입찰동향’ 목록에 오른 시설공사 총 79건에 대한 기초금액 산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36건 중 34건이 조사금액 대비 1.58~2.31%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43건은 아직 발주 전이거나 기초금액 산정 전으로, 기초금액은 개찰 일주일 전후 산정ㆍ공개되는 게 일반적이다.
종심제와 종평제는 총 23건 중 18건이 발주된 가운데, ‘K-바이오 랩허브 건립공사’와 ‘부전~칠보 국지도 시설개량공사’ 등 기초금액을 산정한 6건 모두 기초금액을 일괄 삭감했다.
적격심사는 56건 중 38건을 발주했고, 이 중 30건에 대해 기초금액을 산정했다. 기초금액 삭감 없이 추진되는 입찰은 ‘야탑3동 행정복지센터 신축 건설공사’와 ‘금산군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건립공사(건축)’ 등 2건뿐이고, 나머지 28건은 최대 2.31%까지 깎였다.
조달청은 수요기관으로부터 넘겨 받은 설계금액을 원가 계산해 조사금액을 산정하는데, 기초금액 확정 과정에서 별다른 근거 없이 삭감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이런 관행을 근절하기로 직접 공언하고도 되풀이하는 실정이다.
기초금액을 쳐내는 근거도 명확치 않다. 조달청은 기초금액 공개 시 조사금액조정 사유서를 덧붙이는데, 여기엔 어떤 사유로 조사금액 대비 기초금액을 삭감했는지에 대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기초금액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예비가격 범위를 고려해 일률적으로 쳐내고 있다는 정도의 추론만 가능할 뿐이다.
실제 기초금액을 삭감한 34건 중 80% 수준인 27건은 모두 2.31% 일괄 삭감됐는데, 이들은 대부분 지자체 수요로 기초금액 기준 ±3%인 예비가격 범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평제의 경우 4건 중 3건은 2.31%, 1건은 2.06% 쪼그라들었다. 종심제 2건은 ±2%인 예비가격 범위 내에서 모두 1.58%씩 줄었다.
적격심사도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 건축공사’만 제외하고 총 28건 중 25건이 2.30~2.31% 일괄 삭감됐고, 2건은 1.58%씩 줄었다.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 건축공사’의 경우 예비가격 범위가 ±3%였지만, 기초금액 삭감 폭은 그나마 1.79%에 그쳤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적격심사는 실행 베이스인 종심ㆍ종평제와 달리 상대적으로 낙찰하한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중소사에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며 “예컨대 100억원 공사를 기초금액 대비 86%에 수주해야 하는데, 기초금액을 95억원으로 만들어 버리니 95억원의 86%에 수주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조달청의 이런 행태는 다른 발주기관에선 찾기 어렵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대표적인 발주기관들은 내부 검토로 도출한 설계금액 그대로 기초금액을 정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달청이 조사금액에서 삭감하지 않고 기초금액을 정한 경우를 거의 본 적 없다”며 “조사금액은 공표된 지표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어서 그대로 적용하면 되는데, 여기서 별다른 이유 없이 일정 비율 쳐내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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