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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엔지니어링 옥죄는 낡은 제도…수의계약·PQ·설계VE 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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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17 06:00:32   폰트크기 변경      
물가 상승에도 수의계약 한도 2000만원 유지

지역제한 확대에도 여전히 높은 PQ 문턱…지역 현실 반영한 제도 정비 시급

[대한경제=안재민 기자] 국가계약에 이어 지방계약까지 선금 전용계좌 제도가 도입되면서 건설엔지니어링업계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장기계속계약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프로젝트별 전용계좌 관리 부담이 커진 데다, 다음 달부터 선금 지급 한도 축소를 앞둬 지역업체들의 유동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행정안전부는 최근 개정된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과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계약상대자가 선금을 지급받을 경우 하수급인 선금지급계획이 포함된 선금사용계획서와 함께 해당 계약만을 위해 사용하는 선금 전용계좌를 제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금 사용 내역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극심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엔지니어링업 구조상 사업별로 계좌를 쪼개 급여를 지급하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사 대표는 “지자체와 계약 과정에서 선금을 안 받겠다고 했는데도 전용계좌를 개설하지 않으면 계약 진행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직원 한 명이 통상 2~3개 프로젝트를 동시 수행하고 회사 전체로는 1000개 이상 사업이 돌아가는데, 프로젝트별 인건비를 일일이 나눠 계좌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행정 부담도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와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등에 따르면, 기술용역 계약 기준 상위 10개사는 연평균 746건의 계약을 수행한다. 차수계약까지 포함하면 기업들이 관리해야 할 전용계좌 수는 더 늘어난다. 이미 선금사용계획서 제출, 보증서 확보, 사용 내역 확인 등 통제 장치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전용계좌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재 구매비 비중이 큰 제조업과 달리 엔지니어링업은 선금이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분산 집행된다. 단계별 성과품 검수와 건설사업관리 기술인 운영 등으로 부정 사용 가능성도 낮다.

아울러 선금 계좌 제출 의무화에 따른 피해는 지역의 중소사 몫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은 행정 부담을 피하려 선금 수령을 포기하거나 축소할 수 있지만, 선금 의존도가 높은 지역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역에 소재한 B사 대표는 “최근 선금 전용계좌를 계속 개설하다 보니 주거래 은행에서 VIP 대우를 받을 정도”라며 “5000만원 이하 소규모 용역도 많은데, 매번 계좌를 만들고 관리하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비판했다.

또 대형사와 지역사가 공동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주간사인 대형사가 선금 수령을 포기하면 참여사들도 선금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는 “최근에는 지역사들이 대형사에 오히려 선금을 받아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전용계좌 의무화에 다음달부터 선금 지급 한도도 축소(70%→30~50%)하면 지역사들의 자금 압박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금 제도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 시행 후 업계가 겪는 혼란과 부담이 극심하다”며 “엔지니어링업 특성을 고려해 선금 전용계좌 제출 의무를 철회하거나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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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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