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장주 기자] 벤처업계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승강제 도입과 부실기업 신속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안에 대해 시행 유예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장 잠재력을 지닌 혁신기업들이 자칫 ‘비우량 기업’으로 낙인찍히거나 주가 하락 등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5일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단체는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 개편 관련 5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우선 이들 단체는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분리하는 승강제(세그먼트) 도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시장 내 서열화가 고착화되면서 스탠다드 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비우량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열적 명칭 전면 폐지와 함께, 업종별 특성과 상용화 주기를 반영한 ‘기술성장성 트랙’ 신설을 제안했다.
이어 스탠다드 그룹 소속 기업이 이른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으로 공표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도 우려했다.
사실상 상장폐지에 준하는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단순 PBR 지표가 낮더라도 연구개발(R&D) 투자가 많거나 지식재산권(IP)이 풍부한 기업 등에는 투자자가 식별할 수 있는 ‘미래 성장성 인증 표식’을 부여해 예외를 두자고 덧붙였다.
중복상장 금지 조항과 관련해서도 벤처기업을 위한 예외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일률적인 중복상장 금지보다는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여부나 일반주주 보호장치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국가전략산업이나 벤처캐피탈(VC)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사트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 강화 역시 시행 유예를 제안했다.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가총액이나 주가 등 정량 지표만으로 혁신기업의 미래가치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 기준 적용을 미루고, 소통협의체를 통해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와 일반주주 피해 등을 면밀히 검토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아직 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기술기업에 자본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심사 문턱이 높아지는 최근 흐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과도한 심사 기준 강화가 자금 조달의 병목현상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업종별 평가 가이드라인과 표준 실사 범위를 구체화해 투자자 보호와 기업 육성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향후 공식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벤처 현장의 목소리와 대안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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