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정석한 기자] ‘5극3특’ 중심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정부여당의 추진동력 확보와 지방자치단체장 교체에 힘입어 가속도를 밟고 있다. 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핵심 공약과 궤를 같이 했던 메가시티 행정통합과 이를 위한 발판이 되는 대규모 규제완화가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된다. 향후 대한민국 산업 인프라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도표 참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반도체 패키지 공정에 초점
내달 1일 공식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첫발을 뗀다. 행정통합으로 인해 첨단 반도체 기업과 생산시설, 인공지능(AI), 에너지, 인재가 모이는 ‘반도체 밸리’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도 호재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부산-구미 남부권으로 확장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패키징 등 유망 분야를 지역 여건에 맞게 특화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기존 클러스터(수도권)와 연계한 반도체 네트워크를 전국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광주는 첨단 패키징, 부산은 전력반도체, 구미는 반도체 소재ㆍ부품을 특화 조성하고, 이를 한데 묶어 반도체 벨트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중 광주가 담당한 패키징은 반도체 칩을 단순 포장하는 단계가 아니라 여러 칩을 고속으로 연결하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고부가 공정이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광주ㆍ전남에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첨단 패키징 투자 확대가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의 지방 투자가 현실화하면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구조가 재편돼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은 전국 최고 수준 재생에너지 기반과 넓은 산업부지를 활용해 반도체 산업의 기반 인프라를 제공한다. 해남ㆍ신안ㆍ영광에는 대규모 해상풍력과 태양광 단지가 있어 전력 확보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높다.
해남 솔라시도에는 삼성SDS 컨소시엄이 2030년까지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짓고, 장성 첨단3지구에는 SKㆍ오픈AI 합작 ‘한국형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와 전남 1호 데이터센터인 26MW급 장성 파인데이터센터가 단계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동남권은 싱가포르 트라이포트, 대경권은 미래모빌리티
부산광역시ㆍ울산광역시ㆍ경상남도 등 3개 지자체를 통합하는 동남권은 수도권에 대응할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한 성장축으로 꼽힌다. 올 3월 기존의 경제동맹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 집행과 의사결정을 전담할 추진본부인 ‘초광역 경제동맹 추진본부’ 가 공식 출범했다.
동남권은 단체장들 간의 셈법은 이달 선거를 거치면서 다소 복잡해졌다. 부산(전재수 당선인), 울산(김상욱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반면, 경상남도 도지사에는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다만 수도권 빨대 현상을 막기 위한 메가시티라는 큰 틀의 경제 공동체 구축에는 전적으로 합의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동남권 인프라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해상, 항공, 육상 물류가 결합되는 인프라의 완성이다. 동북아 싱가포르형 ‘트라이포트(Tri-Port)’ 구축이 최종 목표다. 가덕도신공항의 조기 개항과 세계적인 스마트 메가포트인 진해신항을 연계해 글로벌 가치사슬망을 구축한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서는 고부가가치 복합물류 제조 인프라를 확장해 공항과 항만 주변을 단순 수송기지가 아닌 첨단 제조ㆍ가공 거점으로 육성하게 된다.
부울경 수소동맹도 눈에 띈다. 울산의 수소 생산ㆍ액화 인프라와 경남의 수소 기자재 국산화 인프라, 부산의 수소 항만 및 암모니아 거점을 연결해 동남권 전체를 대한민국 청정에너지 공급 거점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행정통합은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이고 과감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울경이 경제 동맹 중심의 실리적 결합을 택한 것과 달리, 대경권은 1981년 분리되었던 두 지자체를 완전히 하나로 합치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올초 ‘대구경북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 이 정식 발의됐으며, 행정통합이 완료되면 대구·경북은 인구 500만 명 규모의 거대 경제권이 된다. 지난 2월 두 지자체는 대경권(대구경북권) 전략산업으로 미래모빌리티ㆍ첨단로봇ㆍ시스템반도체ㆍ이차전지ㆍ바이오산업 등 성장엔진을 산업통상부에 건의했다. 지역 주력산업이 성장엔진에 선정되면 ‘초광역 협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육성계획안을 공동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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