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애경산업이 2022년 인수한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을 흡수합병 하면서 전략적 선택과 실패한 M&A의 정리 사이에서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애경산업은 태광그룹에 인수된 것을 기점으로 화장품 매출 비중을 키우고자 스킨케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상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부실 자회사를 애경산업이 끌어안아 정리하는 성격에 가깝기 때문이다.
16일 애경산업은 원씽을 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 등 종료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소규모, 무증자 방식으로 이뤄졌다. 합병비율은 1대 0으로 애경이 이미 지분 100%를 쥔 자회사를 흡수하는 구조다.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했고, 채권자의 이의 제기도 없었다.
원씽은 애경이 2022년 인수한 미니멀리즘 스킨케어 브랜드로 자력 생존이 어려운 상태였다. 원씽 개별 기준 자본총계는 3월 말 -19억53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자산(48억원)보다 부채(67억5000만원)가 많고 결손금은 20억원을 넘어섰다. 자본잠식 규모는 지난해 말 -12억4000만원에서 석 달 만에 7억원 더 커졌다. 매출도 2024년 96억원에서 지난해 72억원으로 24.6% 줄며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8억원으로 불어났다. 올 1분기 매출 역시 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2% 줄었다. 애경은 2022년 지분 70%로 원씽을 사들이고서 지난해 4월 콜옵션을 행사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원씽의 가치 하락은 장부에도 반영됐다. 애경은 지난해 별도 기준 원씽 종속기업투자주식 88억원, 연결 기준 영업권 28억5000만원을 각각 손상 처리했다. 인수 당시 58억원으로 잡았던 영업권은 손상 뒤 30억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운영자금 10억원을 빌려주고 차입금 36억원에 연대보증도 섰다.
문제는 원씽을 끌어안는 본체 애경산업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애경산업의 연결 영업부문 기준 화장품 영업이익은 2023년 378억원에서 지난해 84억원으로 2년 만에 77.7%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2%에서 3.3%로 주저앉았다. 매출 감소는 전적으로 수출에서 나왔다. 연결 기준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1250억원으로 28.0% 줄어든 반면, 내수는 2.4% 늘었다. 중국 매출이 22.1% 빠진 것이 직격탄이었다. 화장품이 흔들리면서 애경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6545억원, 영업이익은 211억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애경산업이 새 주인 태광그룹 아래 화장품 사업을 키워야 하는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3월 26일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지분 63%를 태광그룹이 인수, 태광이 세운 코스메틱 전문법인 SIL, 동성제약과 함께 뷰티ㆍ헬스 사업의 삼각 편대가 완성됐다. 이에 따라 애경산업은 지난해 33% 수준이던 화장품 매출 비중을 2028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집중 육성 브랜드로 꼽은 게 원씽인 만큼 사실상 실적을 내지 못하는 브랜드를 회생시킬 방안이 중요한 시점이다. 애경산업은 부실 자회사를 떠안으면서 자본 총계(별도)마저 합병 전 4095억원에서 4060억원으로 줄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원씽과 애경산업이 보유한 역량을 결집해 스킨케어 사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원씽의 브랜드 자산과 애경산업의 사업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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