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호 지역 주거환경 개선 등 대응 주문
[대한경제=안재민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망 확충이 서울ㆍ수도권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17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발표한 국토정책 브리프 ‘대축소 시대, 건설·부동산 시장의 미래와 대응 전략’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수도권 중심의 생활 인프라와 일자리 집중, GTX 등 고속교통망 구축은 주거지 선호 집중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수도권 접근성 강화가 반드시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수도권에 교육·의료·문화시설,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됐는데,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 수도권 중심 생활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주거 수요도 수도권 등에 집중되고, 지역 간 부동산시장 격차가 한층 더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저출생과 고령화, 저성장, 지방소멸을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메가트렌드로 진단했다. 특히 부산광역시가 지난 2024년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한 점을 언급하며 지방소멸이 비수도권 중소도시를 넘어 대도시권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방소멸은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하고 빈집 증가를 통해 주거지 양극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고속교통망 확충이 반드시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나타난다.
일본은 1964년 도카이도 신칸센 개통 당시 전국 거점도시 연결을 통한 국토 균형발전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후 지방의 인구와 자본이 도쿄 등 대도시로 집중되는 이른바 ‘빨대효과(Straw Effect)’가 나타났다.
영국도 2010년대부터 런던과 버밍엄, 맨체스터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HS2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제적 효과가 런던 경제권 강화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막대한 사업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2023년 버밍엄 이북 구간이 취소됐다. 현재는 런던~버밍엄 구간만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오는 2033년 개통이 예상된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뿐 아니라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뮌헨 등 다수의 거점도시에 산업과 기능을 분산한 상태에서 고속철도망을 구축해 수도권 집중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 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GTX 확충에 따른 수도권 집중 심화를 막기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구축과 함께 균형발전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구축과 함께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국토연구원은 강조했다. 주민등록 인구뿐 아니라 실제 거주·통근·통학 인구를 고려한 생활인구 중심의 주택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보다 비선호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과 생활 서비스 확충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여기에 연구진은 “생활권·통근권 기반의 도시공간 구조 변화와 주거이동 패턴을 분석하고, 비도심지역의 주거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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