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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법인이 영업까지?”…기금형 퇴직연금 '이해상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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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17 17:04:20   폰트크기 변경      

2월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 참석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고노부 제공


[대한경제=김관주 기자] 기금형 퇴직연금 세부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제도의 핵심인 수탁법인의 역할을 두고 이해상충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노동·경영계가 참여한 ‘퇴직연금 기능 강화 태스크포스(TF)’는 현재 수탁법인의 역할을 본연의 수탁 업무 외에 직접 운용과 영업 등 영리 활동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들은 다음 달까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세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제도 시행을 목표로 연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수많은 가입자를 대표해 기금을 관리하는 수탁법인은 크게 △복수의 기업이 함께 운영하는 연합형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과 같은 공공기관 개방형 △민간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등 3가지 유형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 중 쟁점은 금융기관 개방형 모델에서 수탁법인의 역할을 직접 운용과 영업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시장에서는 수탁법인이 영리 활동에 뛰어들 경우 가장 우려되는 대목으로 이해상충을 꼽는다. 수탁법인의 주된 역할은 기금을 굴릴 위탁 운용사를 객관적으로 선정하고 감시하는 것인데 가령 자산운용사가 수탁법인을 맡아 직접 상품을 운용하고 영업까지 하게 되면 자사 상품과 타사 상품을 스스로 평가해야 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나아가 은행·증권·보험사 등 대형 금융기관이 수탁법인을 맡더라도 계열 운용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독립성 훼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투자 비용이 수익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영리 목적의 민간 금융회사 수탁법인이 가입자 유치부터 적립금 운용, 기록관리(RK), 자산관리 등을 모두 직접 수행하기에는 막대한 인적·물적 인프라 비용이 소요된다”며 “비용 부담 탓에 결국 외부 위탁이나 제휴(아웃소싱) 형태로 분화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근로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호주 등 선진국은 수탁법인의 영리 추구를 제한하는 구조를 확립하고 있다. 영국의 마스터 트러스트는 정관으로 수탁법인의 상업적 수익 활동을 원천 금지하고 자산운용과 행정실무는 외부로 위탁해 감독과 실행을 완전히 분리했다. 심지어 주식 매매가 불가능한 비상장 주식회사, 영업 행위가 불가능한 휴면회사 형태로 운영한다.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역시 직접 운용은 운용자산(AUM) 55조원을 초과하는 초대형 펀드에 한정되며 보편적으로는 하위 운용사 선정 및 실사 역량 감시에만 집중하고 있다.

국내 모델인 공공기관 개방형인 푸른씨앗도 수탁 업무에만 집중함에도 도입 3년 만에 누적 수익률 26.98%를 기록했다. 이는 일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2.4%)의 10배를 웃도는 성과다. 영리 활동 없이 수탁법인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해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기존 금융기관의 이해상충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본래 취지가 ‘가입자의 이익 최우선’인 만큼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강제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용부가 기존 금융기관이 하던 역할을 그대로 수탁법인이라는 이름표만 바꿔 달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사가 출자를 하는 등 기존 기관과는 완전히 분리돼 오직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독립된 별도의 기금 법인 형태를 갖추도록 설립 요건을 규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관주 기자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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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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