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안 규모 아닌 실효성ㆍ신속성에 발목
연내 본안 심의서 과징금 가려… 배민 최대 5100억원대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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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입점 업체에 최혜 대우를 강요한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쿠팡이츠가 자진 시정 의사를 밝혔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사는 앞으로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를 상회하는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상생안 규모보다 시정방안이 실제 경쟁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
18일 공정위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의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자진 시정안을 내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제도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10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기각을 결정했다. 두 회사는 곧장 본안 심의대에 올라 향후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배민ㆍ쿠팡이츠, 자사에 음식 가격 낮게 설정 요구
두 회사가 받는 위반 혐의는 모두 다섯 가지다. 최혜대우 요구는 양사 공통이다. 쿠팡이츠는 2023년 3월, 배민은 2024년 5월부터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최소주문금액을 다른 배달앱보다 불리하지 않게 맞추도록 요구했다. 이를 어긴 업체는 무료배달 혜택이 붙는 매장(배민의 배민클럽ㆍ쿠팡이츠의 와우매장)에서 제외했다.
배민은 최혜대우 요구 외에 2021년 6월부터 수익성이 높은 배민배달의 노출을 늘려 가게배달 대신 배민배달을 쓰도록 강제하고(자사우대), 배민배달이 더 빠른 것처럼 배달예상시간을 광고했다(부당광고). 쿠팡이츠는 2023년 4월부터 통합회원 가입과 쇼핑 앱 통합, 통합 와우멤버십이라는 세 장치로 쇼핑 이용자가 쿠팡이츠를 쓰도록 유도한 끼워팔기 혐의를 받는다.
두 회사가 동의의결을 신청한 범위가 다르다. 배민은 최혜대우 요구와 배민배달 우대, 배달예상시간 부당광고 세 건 모두를 신청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는 배민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사정권에 있기 때문에 자사 배달을 우대한 배민배달건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공정위가 산정한 배민배달 우대 관련 매출은 7조7800억원에 달한다.
쿠팡이츠는 최혜대우 한 건에 대해서만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관련매출액 5조2600억원 규모의 끼워팔기는 동의의결 대상에서 뺐다. 공정위는 통합회원 자동가입과 쇼핑 앱 통합, 통합 멤버십이라는 세 장치로 쇼핑 이용자를 쿠팡이츠로 끌어들였다고 봤다. 배달앱 시장 내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23% 수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입증하기 까다로운 반면 끼워팔기는 쿠팡 사업모델의 핵심 중 하나인 와우 멤버십 영역이어서 투트랙으로 접근했다고 풀이된다.
양사는 예상 과징금을 웃도는 억대 상생안과 시정방안을 내놨다. 배민은 3년간 총 3000억원을 제시했다. 14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영세 점주 중개수수료(100억원)와 가게배달 배달비(510억원)를 직접 지원하고, 나머지는 전체 입점업주 쿠폰비 등에 투입하는 구조다. 쿠팡이츠는 4년간 600억원을 내놨다. 상생협력기금(320억원), 수수료ㆍ배달비(78억원), 광고비(124억원) 등으로 구성했다.
◇시정방안 실효성 탓 동의의결 기각
그런데도 기각된 데는 시정방안의 실효성이 크게 작용했다. 공정위는 신청인들이 제시한 신규 입점업체 프로모션 상당수가 이미 시행 중이거나, 과거 위반으로 피해를 본 기존 업체가 아닌 신규 업체를 겨냥해 적절치 않다고 봤다. 배민이 심의 뒤 보완방안을 추가로 냈지만, 위원회는 이를 받아보고 나서도 개시에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금액은 예상 과징금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규모만 보는 게 아니라 경쟁질서를 회복할 충분한 시정방안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상생안이 작아서가 아니라 그 내용이 위반 행위를 되돌리기에 부족했다는 뜻이다.
신속성도 발목을 잡았다. 심사관은 심의에서 위반 행위로 영향받는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많고 경쟁제한 효과가 뚜렷한 사건인 데다, 신청서 접수 시점과 신청인의 태도를 볼 때 시정방안이 신속하게 집행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4월 처음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철회한 뒤 올해 다시 냈다.
이해관계자 평가도 엇갈렸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이 “장기 법적 공방보다 당장 실질적 지원이 시급하다”며 배달앱 상생안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공정위는 반대 측이 상생안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는 점을 반영했다.
동의의결이 기각되면서 위법 여부를 따져 과징금 부과 절차로 흐르게 된다. 예상 과징금은 우아한형제들 2390억∼5100억원, 쿠팡 250억∼42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연내 심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최혜대우와 자사우대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과 거래상지위 남용으로, 끼워팔기는 거래강제로 다투게 된다. 위법이 인정되면 관련매출액의 일정 비율이 과징금 기준이 되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고발로 이어진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경쟁질서를 빠르게 회복하고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려던 신청이 무산돼 아쉽다”며 “업주와 고객,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쿠팡이츠는 “향후 심의 절차에서 회사 입장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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