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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동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31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건축물 붕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광주 대표도서관 공사장 사고, 삼성역 GTX 환승 센터 주철근 누락 논란까지… 시민들은 묻는다. “기술은 발전했다는데 왜 건물은 계속 무너지고, 왜 철근은 빠뜨린 채 시공되는가?”
문제의 핵심은 기술 부족이 아니다. 건축물이 계획, 설계, 시공되는 전 과정에서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건물 붕괴는 책임의 경계가 흐려진 곳에서 발생한다.
건물 한 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건축사, 건축구조기술사, 전기ㆍ설비 기술자, 시공사, 감리자 등 다양한 전문가가 협업한다. 모두 국가가 인정한 전문 자격을 가진 인력이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건축 관련 시행령에서는 ‘구조설계’와 ‘구조설계도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핵심 용어조차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면 설계와 시공, 감리 단계의 책임 범위를 가리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대표적이다. 설계 단계의 철근 누락, 시공 과정의 추가 누락, 감리 단계의 확인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만약 각 단계의 책임 범위가 처음부터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었다면 사고를 예방하거나 원인 규명을 훨씬 신속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문제를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간 직역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장의 현실은 다르다. 설계비가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낮아지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구조 검토 비용이다. 건축사 역시 적정한 설계 대가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공공부문의 최저가 낙찰 관행과 건축주의 낮은 설계비 인식이 모든 전문가를 압박하고 있다. 결국 특정 직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의 책임과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의 문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건축 도면에는 건축사가, 구조 도면에는 구조 엔지니어가 각각 서명하고 책임을 진다. 건축사의 총괄 역할은 유지하면서도 구조 안전에 대해서는 구조 전문가가 직접 책임지는 체계다. 책임이 명확하니 안전성 검토도 소홀해질 수 없다.
이를 위해 건축물의 안전하게 설계, 시공, 유지관리가 될 수 있도록 세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건축 관련 법령에 ‘구조설계’와 ‘구조설계도서’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둘째,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구조기술사가 구조 분야 도서에 직접 날인하고 그 범위에 대해 행정청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건축사의 책임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 취지다. 셋째, 시공 단계에서도 구조 전문가가 주요 공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 감리를 독립된 업무로 정립해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가의 책임과 권한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안전한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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