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손해 발생 여부 관계없이
사실상 ‘페널티’ 처럼 운영돼
‘위험 배분 수단’으로 접근해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설 분쟁의 대표적인 이슈인 ‘지체상금’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살펴보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지체상금이 사실상 ‘페널티’처럼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건설사의 책임 없는 사유에 대한 면책 인정 범위를 넓혀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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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율촌의 이은재 수석전문위원이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율촌 렉쳐홀에서 열린 기획 세미나에서 ‘지체상금의 면책사유 해석과 적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율촌 제공 |
법무법인 율촌의 건설클레임연구소(소장 이은재ㆍ정유철)는 건설기술교육원(원장 권대철)과 함께 18일 ‘지체상금’을 주제로 기획 세미나를 개최했다.
건설 분야에서 지체상금은 수급인이 공사도급계약상 주된 의무인 공사의 완성을 지체해 도급인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말한다. 지체상금은 공기 연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쟁이나 전염병, 원자재 수급 불안, 기후 변화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공기 지연이 늘어나면서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훨씬 복잡해졌다.
세미나에서는 지체상금의 면책 사유 해석과 적용, 실제 분쟁 사례, 민간투자사업 적용 문제 등 실무상 핵심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은재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지체상금이 완공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손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페널티처럼 기계적으로 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계약상대자의 ‘책임 없는 사유’에 대한 면책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재판에서는 면책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면책 대신 ‘감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이 수석의 진단이다. 결국 수급인은 면책을 인정받기보다는 지체상금 감액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고, 제도의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 수석은 2018년 지방계약법 개정 당시 ‘계약상대자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사유’ 규정을 도입한 취지를 강조했다. 지방계약법은 지방자치단체가 태풍, 홍수, 지진, 화재 등은 물론, 관급자재 조달 지연이나 발주기관 책임에 따른 시공 중단, 사급자재 구입 곤란 등 계약상대자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사유로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공공계약은 발주기관이 위험비용을 사후에 보전하는 방식인 만큼 ‘계약상대자의 책임 없는 사유’를 전통적인 불가항력 개념에 한정해 좁게 해석할 게 아니라, ‘위험 배분’이라는 정책적인 관점에서 면책 요건을 완화해 수급인에게 불리하지 않게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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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법무법인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와 건설기술교육원이 ‘지체상금’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황문환 율촌 수석전문위원, 오치현 이스트씨에이 기술고문, 이승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주택매입처장, 장영택 율촌 수석전문위원, 정영진 대우건설 변호사, 이성은 국방시설본부 법무실장/ 사진: 율촌 제공 |
민간투자사업에서도 지체상금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실시협약 해석과 총사업비 산정 방식이 핵심 쟁점이다.
정영수 율촌 변호사는 민간투자사업의 실시협약을 해석할 땐 민간투자법과 실시협약에서 정한 해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된 우이~신설 경전철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서울고법 판결을 소개하면서 지체상금을 산정할 때 총사업비에서 공제되는 기성 부분의 범위는 ‘준공예정일 당시 달성된 기성 부분’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준공예정일 이후 추가로 수행된 공사까지 공제 대상으로 인정할 경우 지체상금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다.
결국 국가계약법 시행령 규정 취지를 고려하면, 경전철처럼 모든 공사가 완성돼야 당초 목적과 기능을 발휘하는 사업의 경우 준공예정일 이후 추가 달성분을 총사업비에서 공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실시협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총사업비의 변경사유 발생 여부나 범위가 특정될 수 없는 만큼, 지체상금 액수 상한의 산정 기준이 되는 ‘총사업비’는 물가변동분이 반영된 금액이 아니라 실시협약 체결 당시 명시된 총사업비의 액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조원준 율촌 변호사는 실제 분쟁 사례를 통해 공사완성 시점과 지체상금 종기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사용승인일이 곧바로 지체상금 종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감리보고서와 현장사진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실제 공사가 완료된 시점을 특정해야 하고, 행정청의 서류 보완 지시나 발주자의 임의적인 준공승인 거부 기간은 지체일수에 포함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준공검사 통과일’을 완료일로 정한 특약이 있더라도 단순한 문언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사의 완전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공사기간을 연장할 때 지체상금 청구권 유보에 따른 계약 해석 문제와 함께 당사자의 귀책이 경합하는 동시지연(Concurrent Delay), 계약 해제(타절)됐을 때 지체상금 종기 판단에 관한 주요 판례와 실무상 유의해야 할 점도 소개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오치현 이스트씨에이 기술고문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주택매입처장인 이승준 서기관, 이성은 국방시설본부 법무실장, 대우건설 국내법무담당인 정영진 변호사, 장영택 율촌 수석전문위원이 패널로 나섰다. 좌장은 황문환 율촌 수석전문위원이 맡았다.
앞서 지난 2023년 율촌은 공공ㆍ민간영역의 건설 클레임 분쟁을 신속ㆍ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건설그룹 산하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율촌 부동산건설그룹 대표인 김남호 변호사는 “지체상금은 실무상 발주자와 계약상대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표적인 건설 클레임 영역”이라며 “지체상금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과 통찰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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