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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정된 지 4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차인 피해는 반복되고 있으며, 법의 허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0년 군부독재 시절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제정되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검토가 부족했던 만큼 법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이후 임차인 보호를 위해 크고 작은 개정이 이어졌으며, 지금까지 무려 29차례나 개정되었다는 사실은 법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78년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군부독재의 통제와 감시 속에서도 우리나라 최초로 전세입주자 피해 문제를 사회문제로 제기했다.
당시 시민단체라고는 사실상 서울YMCA밖에 없던 시절이었으며, 서울YMCA는 전세입주자 권익 보호 운동의 선구적 역할을 수행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해 변호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변호사 50인 개정 청원운동을 추진했다.
또한 전세입주자 시민대회 개최, 법률구조 활동, 실태조사, 공청회, 156회에 걸친 언론 홍보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 결과 이전에는 제1순위 저당권과 제2순위 저당권 사이에 대항력을 취득한 임차인조차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던 문제가 개선되었다.
민법에 대한 특례가 마련되면서 등기되지 않은 임차권도 일정한 요건 아래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은 한층 강화되었다.
필자는 제반 여건이 미비했던 당시 법의 개정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였다.
이는 10여 년에 걸친 서울YMCA 시민중계실의 끈질긴 시민운동이 이끌어 낸 의미 있는 성과이자 값진 결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임차인들은 여전히 법의 허점으로 인한 피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약 2,273만 가구 가운데 약 900만 가구가 전세나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임차가구다.
대한민국 가구 10곳 가운데 4곳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을 위한 특별법이 아니다. 국민의 주거 안정과 직결된 생활 기본법이다.
그러나 29차례에 걸친 법 개정에도 전세사기와 임대차 분쟁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땜질식 처방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전입신고를 처리하는 즉시 대항력이 발생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의 '전입신고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제도는 그 공백 시간을 악용한 편법 대출과 전세사기의 위험을 낳고 있다.
둘째, 전세계약을 앞둔 예비 임차인이 선순위 보증금 등 권리관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전세계약 위험진단 서비스’를 신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람들의 삶과 주거를 지키기 위한 법이다.
법의 존재 이유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법의 허점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29차례나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이제는 또 한 번의 땜질식 개정이 아니라, 임차인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
국민 10가구 가운데 4가구의 삶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임차인의 눈물과 희생 위에 법의 허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시민운동가 오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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