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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가 바꾼 월드컵 응원 풍경…‘무알코올 맥주’로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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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23 06:30:08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주류업계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변수는 시차다. 한국 대표팀 경기가 평일 오전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분위기는 즐기고 싶지만 취하기는 부담스러운 직장인들이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로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월드컵이 오전시간에 경기가 열리면서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광고 / 사진: 오비맥주 제공

실제 지난 12일 열린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1차전은 이런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광화문 인근 GS25 매장의 매출은 일주일 전 같은 요일보다 25% 넘게 늘었고 경기가 몰린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사이로 좁혀 보면 매출 증가율은 85%대까지 치솟았다.

품목별로는 무알코올 맥주의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졌다. 전주 대비 14배 이상 팔리며 일반 맥주(약 6배)와 소주(약 3배) 증가폭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GS25가 전국 오피스 상권 편의점 500여 곳을 분석한 결과, 평소 무알코올 맥주 판매 비중은 피로회복 음료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체코전 당일에는 판매량을 앞지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사내 응원전이 늘면서 생긴 풍경이다.

CU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CU는 광화문 인근 점포의 무알코올 맥주 매출이 전일 대비 50% 급증했고, 픽업 주문 건수는 평소의 5배를 넘었다. 세븐일레븐 광화문 인근 점포는 일부 매장에서 맥주 매출이 180배 가까이 뛰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19일 열린 멕시코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는 25일 남아공전을 앞두고 할인 행사와 발주량 확대로 다시 한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알코올 맥주 특수의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평일 오전 경기라는 이례적인 편성, 다른 하나는 모임에서 분위기는 맞추되 알코올은 피하려는 이른바 헬시플레저 트렌드의 확산이다. 실제로 GS25와 CU의 무알코올·저칼로리 맥주 판매량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월드컵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그 흐름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집계를 보면 국내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55% 넘게 커졌고, 2024년에는 704억원까지 확대됐다. 업계는 2027년 시장 규모가 9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년 만에 시장이 70%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월드컵 국내 주류 브랜드 중 유일한 FIFA 공식 스폰서인 오비맥주 ‘카스’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전후반 22분경 약 3분씩 주어지는 선수 수분 보충 시간)를 활용해 '카스 제로 리필 타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공식 스폰서에게만 주어지는 이 광고 구간에 배우 백현진이 등장해 시청자를 QR코드 기반 이벤트 페이지로 유도하고,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3분 동안 무알코올 음료 ‘카스 제로’ 체험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난 12일 체코전에서 처음 송출된 이 캠페인에는 약 7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음료 대학교 시음 부스 / 사진: 하이트진로음료 제공

하이트진로음료는 ‘테라 제로’를 앞세워 젊은 소비층 접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건국대, 고려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 축제 현장에서 ‘테라 제로 캠퍼스 어택’ 시음 부스를 운영했고, 술을 마시지 않거나 가벼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청년층에게 새로운 무알코올 음용 경험을 제안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클라우드 논알콜릭’을 비롯한 무알코올 제품군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무알코올 라인업이었던 ‘클리어’와 ‘클리어 제로’를 ‘클라우드 논알콜릭’ 브랜드로 통합해 정리했고, 셰프 안성재를 모델로 발탁하는 등 브랜드 알리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주류 부문 매출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무알코올·저칼로리 제품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아공전이 열리는 25일과 그 이후 일정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출근길 거리 응원과 사무실 점심시간 응원이 일상이 된 지금 ‘제로 맥주’는 더 이상 술을 대신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월드컵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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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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