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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AI 패권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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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23 06:00:3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정회훈 기자] “한국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세계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기자가 중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중반 사회 과목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막 신문을 들춰 볼 때라 피부에 와 닿은 감격과 자부심은 더 컸다. “우리가 스스로를 칭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용이라고 부른다”는 선생님의 첨언은 하굣길 중학생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당시만 해도 세계 경제의 패권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이 좌우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독보적이었고, 일본에 견줄 나라는 없었다. 기술력, 경제 규모, 심지어 국민성까지 일본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와중에 홍콩ㆍ싱가포르ㆍ대만과 함께 한국이 신흥 경제부흥국에 속한다는 사실은 언젠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성장ㆍ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충분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에 근접해 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사상 첫 7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올해는 1조달러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7097억달러는 세계 6위에 해당한다.

글로벌적으로 AI(인공지능) 광풍이 분 덕분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현재 치열한 AI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데이터센터 건설로 압축되는데, 데이터센터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반도체ㆍ전력기기ㆍ전력공급(발전 및 송전) 등 어느 하나 우리 기업이 빠지는 게 없다. 특히 AI 운영에 절대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세 수요의 80%를 차지한다. 두 기업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이유다.

빅테크 CEO의 한국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달 초 우리나라를 찾아 화제를 모았다. 젠슨 황이 무슨 브랜드 치킨을 먹는 것까지 뉴스가 됐다. 뿐만 아니라 오픈AI의 샘 올트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아마존웹서비스의 맷 가먼, AMD의 리사 수 등 세계를 호령하는 빅테크 수장들이 줄줄이 방한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및 우리 기업을 AI 경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가 멀다고 급속히 변하는 AI 경쟁에서 기술 협력은 필수적이다. 조만간 피지컬 AI까지 가세한다면 K-반도체, K-전력기기, K-전력공급에 대한 러브콜은 더욱 쇄도할 수밖에 없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 및 우리 기업이 AI 경쟁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K-반도체의 공급이 끊기면 글로벌 AI 시장에 대혼란이 야기되겠지만, 엄밀히 말해 K-반도체는 AI 경쟁의 보조재이지 필수재는 아니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 19일 산ㆍ학ㆍ연이 참여하는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2기’를 출범시켰다. 외산 설루션에서 벗어나 ‘K-피지컬 AI 폴스택’을 확보겠다는 목표다. AI 경쟁이 생성형에서 피지컬로 전환하는 갈림길에서 2기 얼라이언스 출범은 시의적절하다. 2기 얼라이언스가 AI 패권을 우리나라로 가져올지 자못 기대가 크다. 달성 시 한국의 위상은 40여 년 전 일본에 비할 바 아니라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본다.

경제부장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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