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경영난 살린 전설의 모델
세로형 그릴에 계기판 없앤 디자인
디지털 경험ㆍ주행 감성 전면 재설계
6세대 eDrive시스템 성능ㆍ효율 향상
2027년까지 40여종 신차 확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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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iX3./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을 출발한 전기차 한 대가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를 가로지르고, 독일 뮌헨의 BMW 본사 앞에 멈춰 섰다. 주행거리 1007.7㎞, 충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고도 배터리 잔량 9.8%를 가리키며 산술적으로 100㎞를 더 달릴 수 있다는 여유까지 보였다. 기존의 전기차 주행거리 상식을 뒤집은 신기록의 주인공 ‘BMW iX3’가 지난 18일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BMW는 iX3에 신차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 차가 짊어진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란 이름 때문이다. 독일어로 ‘새로운 클래스(New Class)’를 뜻하는 노이어 클라쎄는 1960년대 경영난에 빠졌던 BMW를 구해냈다. 1962년 BMW 1500을 시작으로 1600ㆍ1800ㆍ2000으로 이어진 세단들이 노이어 클라쎄란 이름을 달았고, ‘중형 스포츠 세단’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들 차종은 오늘날 3시리즈와 5시리즈의 뿌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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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1500./사진: BMW 코리아 제공 |
반세기가 지나 BMW가 이 이름을 다시 꺼내든 건, 브랜드 전체를 새로 정의하겠다는 선언이다. 과거의 노이어 클라쎄가 ‘새로운 차급의 창조’였다면, 지금의 노이어 클라쎄는 디자인부터 디지털화ㆍ운전의 즐거움까지 자동차에 관한 거의 모든 가치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2021년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iX3를 첫 모델로, 2027년까지 가솔린ㆍ디젤ㆍ플러그인 하이브리드ㆍ순수전기차를 망라한 40여 종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첫 모델을 세단이 아닌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고른 건, SUV 선호가 짙어진 시장에서 새 디자인과 기술을 가장 폭넓게 알릴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이런 야심은 가장 먼저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다시 풀어낸 게 핵심인데, 전면부에서 세로로 길게 선 키드니 그릴이 눈에 띈다. 1960년대 노이어 클라쎄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오마주한 것으로, 크롬으로 둘렀던 자리는 얇은 조명 라인이 대신한다. 여기에 사선으로 그은 주간주행등과 더블 헤드라이트가 더해져, 도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듯한 인상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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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1500./사진: BMW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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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X3./사진: BMW 코리아 제공 |
측면은 군더더기를 덜어냈다. 평소엔 차체에 숨어 있다가 운전자가 다가오면 튀어나오는 매립형 도어 핸들, 창문 몰딩과 휠 아치 클래딩을 없앤 매끈한 면 처리가 하나의 덩어리를 깎아낸 듯한 느낌을 준다. 후면에는 새로 디자인한 BMW 로고와 함께, 좌우로 길게 뻗어 넓은 차폭을 강조하는 ‘L’자 리어램프를 달았다. 이렇게 정제한 차체는 공기저항계수 0.24로 동급 프리미엄 모델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내의 변화는 한층 과감하다. 운전자 앞 계기판이 통째로 사라지고, 앞 유리 하단 전체를 가로지르는 ‘BMW 파노라믹 비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운전대 너머로 들여다볼 계기판이 없어진 만큼, 스티어링 휠도 그립감에 집중한 새로운 형태로 다시 그렸다. 운전석 쪽으로 17.5도 기울인 마름모꼴 중앙 디스플레이는 손이 닿기 쉽도록 배려했다.
그동안 계기판과 중앙 화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같은 정보를 중복으로 띄우던 방식을 정리해 각 화면이 역할을 나눠 맡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손은 스티어링 휠에, 눈은 도로에’라는 BMW의 오랜 철학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다시 구현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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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X3 실내./사진: BMW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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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3D 헤드업 디스플레이./사진: BMW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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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X3 실내./사진: 강주현 기자 |
주행 감각을 빚는 방식도 독특하다. BMW는 시속 0→100㎞ 가속 시간이나 주행거리 같은 숫자 경쟁에 매몰되는 전동화 흐름과 거리를 두고, 운전의 질감으로 승부를 건다.
그 중심에 주행 역학을 통합 제어하는 슈퍼컴퓨터 ‘하트 오브 조이’가 있다. 구동력과 조향, 제동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하며 운전자의 조작에 0.001초 단위로 반응한다. 100%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토대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차의 성격을 결정하는 식이다. 일상 주행 제동의 98%를 마찰 브레이크 없이 회생 제동으로 처리하고, 멈추는 순간의 충격까지 덜어주는 ‘소프트 스톱’ 기능이 대표적이다. BMW는 이를 ‘브랜드 역사상 가장 부드러운 제동’이라고 표현한다.
1007.7㎞라는 기록을 가능케 한 것은 새로 얹은 6세대 eDrive 시스템이다. 원통형 셀을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 주행거리를 한꺼번에 끌어올렸다. iX3 50 xDrive는 총용량 113.4㎾h(실사용 108.7㎾h) 배터리를 바탕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 국내 인증 최대 611㎞(유럽 WLTP 기준 805㎞)를 확보했다. 800V 고전압 구조를 채택해 초급속 충전 시 10분 충전만으로 약 250㎞를 달릴 수 있고,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도 21분이면 충분하다. 최고출력은 469마력이다.
iX3는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서 생산되며, 배터리 셀은 중국 EVE에너지가 공급한다. 국내 판매가는 트림에 따라 7990만원(SE)부터 8690만~8710만원(M 스포츠), 9190만원(M 스포츠 프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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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X3의 1007.7㎞ 주행 기록을 나타내는 중앙 디스플레이./사진: BMW 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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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X3와 iX3에 탑재된 배터리팩./사진: 강주현 기자 |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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