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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를 올리면 집값이 내려가는가. 정부는 그렇다고 믿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ㆍ도쿄ㆍ상하이 부동산 보유세를 한국과 비교한 기사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은 지난 3월이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 뉴욕은 1%, 도쿄는 1.7%라는 수치였다. 이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보유세 인상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세금을 부동산 자산가치로 나눈 값인데, 그 자산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공시가격 체계로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미국은 지방정부가 시가를 평가하고, 영국은 가격 구간별 밴드제를 적용한다. 프랑스는 임대 수익이 기준이 된다. 같은 집이라도 기준 자체가 다르니 실효세율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다.
게다가 한국은 집을 살 때 취득세를 낸다. 보유하면서 재산세와 종부세를 부담하고, 팔 때는 양도소득세도 내야 한다. 이 대통령 언급대로 보유세만 분리해 “대체로 낮다”고 한 것은 국민이 실제로 집 한 채를 사고, 보유하고, 파는 동안 부담하는 전체 세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엉뚱한 숫자만 비교한 오류다.
어떤 숫자를 고르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그리고 숫자를 고르는 행위에는 언제나 의도가 선행하기 마련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7월 안에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거주 목적 주택은 보호하고, 투기ㆍ투자 목적의 비거주 주택과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공시가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총액 기준 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실거주 요건 강화가 패키지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설계는 정교해 보인다. 그러나 역사는 알고 있다. 경실련이 2025년 6월 발표한 ‘정권별 서울 아파트 시세 분석’에 따르면 종부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 시절 서울 30평형 아파트 시세는 80% 올랐다. 보유세를 강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119% 상승했다. 세금과 집값의 인과관계를 두고 해석은 갈린다. 그러나 숫자만큼은 분명하다. 보유세를 강화한 두 정부 때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지금도 잘못된 통계로 보유세 증세의 정당성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편함은 더 커지고 있다.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인은 그 비용을 임대료에 전가하기 마련이다. 전세 물량이 부족한 시장에서 임차인의 협상력은 약화된다. 보유세 인상의 부담은 집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집 없는 사람에게 먼저 청구서로 날아드는 셈이다.
거래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올리면 매물은 잠기고, 거래는 얼어붙고, 공급 부족은 심화된다. 순환이 막힐 때 가장 먼저 밀려나는 것은 투기꾼이 아니라 실수요자다. 세금이 시장을 죽이면, 시장은 실수요자를 죽인다.
세금은 공급을 대신하는 정책이 아니다. 보완하는 수단이다. 공급 없는 증세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실수요자 진입장벽만 높일 뿐이다.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세금이 아니라 재건축ㆍ재개발로 만들어지는 더 많은 집이다. 세금은 그다음이다.
한형용 도시정비팀장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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