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을 둘러싼 임시주주총회가 연기됐다. 정부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을 그대로 밀고 가다 보면 의결권 행사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1년부터 이어온 휴온스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가운데 마지막 퍼즐로 꼽혔던 이번 합병은, 마무리 단계에서 정책 변수와 주주 반발이라는 암초에 동시에 걸렸다.
▲7월 3일 예정 주총,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로 미뤄
23일 업계에 따르면 휴온스글로벌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 일정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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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온스글로벌 전경 / 사진: 휴온스글로벌 제공 |
휴온스글로벌은 지난 4일 경기 성남 판교에서 주주간담회를 연 데 이어, 오는 7월 3일 임시주총에서 합병 안건에 대한 찬반을 묻기로 했었다. 하지만 의결권 행사 방식에 준용할 계획이었던 정부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끝내 확정되지 않으면서 회사 측은 주주들의 혼선을 막고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주총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새 일정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구체적인 의결권 제한 방식에 대한 검토를 마치는 대로 다시 공시될 예정이다.
이는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올 초부터 ‘곧 나온다’는 말만 거듭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1분기 중 초안을, 늦어도 2분기 발표를 목표로 했지만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 사이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 문제를 거듭 지적하면서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큰 방향은 일찌감치 정해졌지만, 정작 일반주주 동의를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를 둘러싼 세부 설계에서 당국과 거래소가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엄밀히 보면 휴온스랩 합병은 전형적인 중복상장 사례는 아니다. 처음부터 비상장이던 휴온스랩을 상장사인 휴온스가 흡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휴온스글로벌이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것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와 소수주주권 강화라는 더 큰 흐름이 이번 합병에 대한 비판과 같은 뿌리에서 나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적 강제력 없는 의결권 제한 장치를 자체 설계해야 하는 회사로서는 정부 표준안의 디테일을 빌려와 정당성을 보강하려는 셈법으로 읽힌다. 실제로 휴온스글로벌 특별위원회는 애초부터 감사위원회 선임·해임 안건에 준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의결권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시한이 겹친다. 오는 7월 23일부터 개정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합산 3%룰’이 시행된다. 엄밀히는 이 조항이 직접 적용되는 안건은 감사위원 선임·해임이지만, 휴온스글로벌이 자율적으로 같은 기준을 합병 의결권 제한에 끌어다 쓰려 했던 만큼, 시행일이 가까워질수록 회사로서는 가이드라인이든 3%룰이든 어느 한쪽이라도 명확해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명분은 ‘바이오 풀 밸류체인’…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가 핵심
휴온스그룹이 내세우는 합병의 명분은 분명하다. 합성의약품 중심이던 휴온스의 포트폴리오를 바이오 영역으로 단숨에 확장하는 것이다. 휴온스랩은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를 활용해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 ‘하이디퓨즈’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휴온스랩이 안정적인 자금력을 갖춘 휴온스에 편입되면, 연구개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 글로벌 기술이전(L/O)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노린 포석도 깔려 있다. 인증을 받으면 신규 제네릭은 오리지널 대비 최대 60%의 약가를 4년간 보장받고, 기등재 제네릭도 기본 산정률 45%보다 높은 49% 수준의 약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
휴온스그룹은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합병의 사업적 타당성과 가액 산정의 적정성을 사전 검토했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합병 전후로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주주들은 냉담…“핵심 자산이 헐값에 넘어갔다”
하지만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의 시선은 다르다. 휴온스랩 지분 64.08%를 보유한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은, 전체 법인가치 약 1290억원으로 평가된 휴온스랩의 미래 가치가 합병을 통해 휴온스 전체 주주들과 공유되는 구조로 바뀐다며 반발하고 있다.
휴온스글로벌 주주는 합병 당사회사의 주주가 아니어서 직접적인 표결권이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도 불만의 배경이다. 독자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한 시장가치 발견 기회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조직적 행동으로 이어졌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가 진행한 자체 투표에서는 참여자 103명(약 66만8000주) 가운데 99.8%가 합병에 반대했고, 전자서명으로 확보한 반대 지분도 5%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휴온스글로벌 주주연대는 지난 19일 회사로부터 주주명부를 인도받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본격 착수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12월 윤성태 회장이 장남에게 휴온스 주식을 증여한 시점과 이번 합병의 연관성을 두고 경영권 승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 측은 합병과 지분 증여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물배당 카드로 응수…연 배당수익률 9% 제시
휴온스그룹은 소통과 보상이라는 두 갈래로 대응했다. 주주간담회와 특별위원회 검토를 거쳐, 휴온스글로벌이 합병 대가로 받게 될 휴온스 신주 가운데 일반주주 지분율(39.28%)로 환산한 물량의 30%인 26만38주를 최대주주·특수관계인·자사주를 제외한 일반주주에게만 현물배당하기로 결의했다.
20주 이상 보유 주주는 1주씩 배당받으며, 합병가액(3만4062원) 기준으로 1주당 약 1780원의 가치다. 기존 현금배당(주당 800원)과 합치면 연간 배당금은 주당 2580원, 배당수익률은 9%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주주연대 측은 이 정도 보상으로는 지분 가치 희석을 보전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합병은 2021년부터 추진된 ‘글로벌 토탈 헬스케어 그룹’ 전략의 연장선이다. 그 사이 휴온스 매출은 2021년 4369억원에서 2025년 6208억원으로 약 42% 늘었고, 영업이익은 400억~500억원대를 오가며 유지됐다. 그룹은 보툴리눔 톡신 사업의 휴온스바이오파마를 출범시키고, 건강기능식품 계열사를 통합한 휴온스엔을 세웠으며,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 확보를 위해 팬젠을 인수하고 휴온스생명과학 흡수합병도 마쳤다. 휴온스랩은 이 재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조각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휴온스는 휴온스랩 주주들에게 신주 382만5327주를 교부하게 된다.
송수영 휴온스글로벌 대표는 “이번 임시주주총회 연기는 주주 중심 경영이라는 당사의 대원칙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며 “발표될 가이드라인 지침을 적극 수용해 주주님들의 의견에 따라 합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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