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대체 유도 위해 전단채 투자자보호조치 느슨
개인투자자 참여 증가…미상환 피해도 증가
미상환 시 채무조정 위한 사채권자집회도 없어
투자자보호 강화 지적…전단채 시장 위축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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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P‧단기사채 잔액 추이 (조원)/자료:금융감독원 |
[대한경제=권해석 기자]올해 제이알글로벌리츠에 이어 JTBC, 콘텐트리중앙 등이 줄줄이 만기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상환에 실패하면서 투자자 피해도 계속 누적되고 있다. 기존의 기업어음(CP)을 대체하기 위해 완화된 전단채의 발행 규제가 투자자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정관리 직전까지 전단채 발행
24일 예탁결제원에 올해 만기 때 상환이 안된 전단채는 총 111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홈플러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철자)를 신청하면서 4000억원이 넘는 전단채가 상환되지 않았는데, 올해도 미상환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를 비롯해 올해 JTBC와 콘텐트리중앙, 제이알글로벌리츠 모두 만기도래한 전단채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마지막 자금조달 수단으로 만기 3개월의 전단채를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지점이다.
이런 의심의 배경은 회사채에 비해 간소한 전단채 발행 요건이다.
전단채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채권이다. 분실이나 위변조 등으로 금융사기가 일어나기 쉬운 기업어음(CP)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도입이 됐다.
전단채의 가장 큰 장점은 만기 3개월 이내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단채 만기가 3개월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자금 활용 계획과 투자 위험성 등이 담긴 증권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반면 만기 3개월 전단채를 4회 차환발행하면 이런 절차 없이 1년 만기 회사채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재무 악화로 추가적인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 입장에서는 발행 허들이 낮은 전단채 시장으로 눈을 돌릴 유인이 있는 셈이다.
◇투자자 보호 빨간불
문제는 전단채 투자로 피해를 입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사채 시장은 개인보다는 기관투자자 중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최근에는 채권에 관심을 둔 개인 투자자가 늘면서 전단채에 투자도 증가세다.
실제 지난해 홈플러스가 미상환한 전단채 상당부분이 증권사 창구에서 개인에게 팔려나갔고, 아직까지 회수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JTBC 채권 피해자 커뮤니티에도 JTBC 전단채에 수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상환받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채와 전단채를 비슷한 종류의 투자 상품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지만, 엄연히 성격이 다른 상품이다.
전단채는 증권신고서 작성을 위해 주관사 실사를 거쳐야 하는 회사채와 달리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느슨하다. 또, 미상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채무조정을 위한 사채권자집회 제도가 없는 등 구제 절차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런 전단채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들은 실제로 채무를 상환하는 회사 이름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전단채는 만기가 3개월로 짧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하는 생각으로 투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애초에 재무적 위험이 큰 기업은 전단채 발행을 까다롭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CP에 비해 전단채의 장점이 뚜렷한 상황에서 전단채 발행 규제 강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전단채 시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시점에서 자칫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단기사채 발행잔액은 84조5000억원으로 CP 발행잔액인 227조9000억원에 비해 작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사채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권리행사 대상을 알기 어렵고, 채권자들이 함께 의견을 모으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발행 단계 규제 강화도 생각할 수 있지만 전단채의 순기능도 있어 시장 위축 우려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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