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지자체장이 교체된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재검토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새 지자체장과 인수위원회가 전임 단체장이 추진한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재정 여건 악화와 사업 우선순위 조정 필요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날 때마다 진행 중인 사업들이 줄줄이 멈춰서는 모습은 행정의 연속성과 정책 신뢰 훼손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실제로 대전에서는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기본설계용역 입찰이 중단됐고, 인천시와 포항ㆍ의정부 등에서도 SOC 사업 재검토 방침이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상당한 절차를 거친 사업들까지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 사직야구장은 설계공모를 앞두고 무기한 연기됐고, 임시구장 공모 당선업체와의 계약도 미뤄지고 있다. 울산 세계적공연장 사업은 국제공모를 통해 후보작을 선정한 상태에서 본공모를 준비하던 중 재검토에 들어갔다.
SOC 사업은 특정 단체장의 치적이 아니라 시민 편익과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공공투자다. 사업성에 문제가 있거나 재정 부담이 과도하다면 당연히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를 거쳐 설계 단계에 들어선 사업까지 전임 지자체장이 추진했다는 이유로 중단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행정력 낭비 역시 결코 적지 않다.
설계ㆍ엔지니어링업계의 혼란도 크다. 공모 준비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는데 사업이 갑자기 멈추면 공공 발주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안정성과 행정 신뢰 역시 공공의 중요한 자산이다. 새 지자체장들은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SOC 사업의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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