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대수술…검체ㆍ특수영상 수가 2.6조 감축
절감분 중증·응급·소아에 투입…비수도권 우대수가 신설
수가 개편주기 5∼7년→2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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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정부가 원가보다 과도하게 보상되어 온 검사 항목의 건강보험 수가를 깎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대거 투입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보 수가 혁신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에 따라 정부는 검체 및 CTㆍMRI 검사 분야에서 연간 2조6000억원을 절감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연간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01년 현행 수가제가 도입된 이래 25년 만에 단행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 개편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의료 공급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혈액검사나 기계가 대신하는 영상검사는 과보상되고, 고난도 수술이나 분만ㆍ응급치료 등은 저보상돼 필수 진료 기피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의료 취약지 종합병원 이상을 대상으로 모든 수술과 처치 행위에 10%의 가산을 적용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4개 시·군·구 의료기관에는 진찰료와 입원료를 5% 가산한다. 이를 위해 연간 4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 지역이라는 변수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본진료비도 현실화된다. 의원급 초진료는 6%, 재진료는 4% 인상된다. 환자를 10~15분 이상 깊이 있게 진료하는 ‘심층진찰 및 상담’ 제도도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입원료 역시 10년 만에 전격 인상돼 일반병실은 7%, 중환자실은 10% 수가가 오른다.
중증·응급 최종치료와 분만·소아 등 취약 분야에는 연 1조2000억원이 투자된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시행하는 중증 수술과 시술 1600여 개의 수가가 20% 인상되며, 전신마취 수가도 50% 상향된다. 특히 공휴일이나 야간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응급 수술을 시행할 경우, 수가가 최대 5.5배까지 상향된다.
고위험 산모 분만 시에는 최대 440만원(비수도권 506만원)의 가산수가가 신설되며,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는 최대 2.5배 수준으로 인상된다. 소아 진찰료 가산 연령도 기존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했다.
투입 비용의 상당 부분은 검체검사(1조9000억원)와 CT·MRI(7000억원) 수가를 인하해 조달한다. 원가 대비 수익률이 190%가 넘었던 이들 분야 수가는 2028년까지 110%로 맞춘다.
건강보험 수가 개편 주기는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한다. 이를 통해 불합리한 부분을 신속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1999년 도입 이후 방치돼 위탁 리베이트 등 저가 경쟁을 유발했던 검체 위·수탁 제도도 27년 만에 개편한다. 검체 위·수탁 제도는 동네 의원처럼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이 환자의 혈액이나 소변 등을 직접 검사하기 어려울 때 대형 병원이나 전문 검사기관(수탁기관)에 검사를 맡기고 비용을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수탁기관들은 동네 의원 물량을 따내기 위해 검사료를 할인해주고, 의원은 리베이트성 차익을 챙겨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과보상된 수가를 낮추고, 검사료 내 위·수탁기관별 보상을 구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수가 조정으로 인한 환자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필수의료 강화로 늘어나는 본인부담금과 검사 수가 인하로 줄어드는 본인부담금이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 투입되는 비용이 약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검체 및 영상 분야 절감분 2조6000억원을 감안해도 1조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이 비용은 재정 수입과 건보 보험료율 인상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은 하위법령 개정과 전산 시스템 정비를 거쳐 오는 12월 전면 시행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혁신방안은 지역과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며 “수가 개편을 시작으로, 지역 의료인력 확충,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 완화 등 패키지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보 수가는 일종의 의료서비스 ‘가격표’로, 본인부담금ㆍ공단부담금을 합친 금액이다. 수가가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따라 병원의 수익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원가 대비 보상률이 높았던 검사 분야로 인프라가 쏠리고, 위험도가 높은 필수·응급 의료는 기피돼 왔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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