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ㆍ기아 노조 이익의 30% 요구
중노위 조정 거쳐 합법 파업권 확보
임단협 앞둔 조선ㆍ방산업계 줄비상
![]()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반도체와 바이오 업계를 달군 ‘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자동차 산업으로 번졌다.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달라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4일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까지 마치면서 합법 파업권을 확보한 것이다. 실제 파업에 나서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현대차 외 완성차와 조선ㆍ방산 업계도 줄줄이 임금ㆍ단체협약을 앞뒀다는 점에서 현대차 임금협상 결과가 사실상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전날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3만9668명 가운데 3만7348명(94.15%)이 참여해 86.65%인 3만4371명이 찬성했다. 다만 파업권을 쥐어도 곧바로 파업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교섭을 이어가며 사측 대응을 지켜본 뒤 실제 돌입 여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권이 협상 카드로 활용되는 구도다. 노사는 5월 6일 상견례 이후 11차례 마주 앉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지난 12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올해 임협의 화두는 성과급의 이익 연동 여부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한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10조3648억원)을 단순 환산하면 3조1094억원인데, 현대차 전체 임직원 7만3000명으로 나누면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약 4300만원 꼴이다.
같은 그룹의 기아 노조도 올해 임단협에서 지난해 영업이익(9조781억원)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3만7000명으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1인당 7400만원꼴이다. 영업이익은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순이익은 여기에 세금과 금융손익까지 반영한 최종 이익이다.
이런 요구는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됐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상한선까지 없애자, 삼성전자(영업이익 15%)ㆍ삼성바이오로직스(20%)ㆍLG유플러스(30%)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요구가 잇따랐다. 이익에 연동된 성과급은 한 번 정하면 실적이 나빠져도 되돌리기 어려워, 업황과 무관한 고정비로 굳을 수 있기 때문에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요구는 성과급을 넘어 경영 판단 영역까지 확대됐다. 기아 노조가 국내외 공장에 신규 투자하거나 신차를 투입할 때 노사가 의견을 맞춘 뒤 진행하자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새로 넣자고 요구한 것. 배터리ㆍ모터 등 미래차 핵심 부품을 국내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라는 조항도 함께 담았다. 이사회 의결 사항까지 노사 합의를 거치자는 것이라 고유 경영권을 건드린다는 지적이 따른다.
현대차 노조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겨냥했다.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현장에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완전 월급제 요구도 같은 맥락이다. 시급 기반인 생산직 임금을 월급 중심으로 바꿔, 로봇 도입으로 근무시간이 줄더라도 임금이 깎이는 걸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ㆍ3조 개정)이 있다. 쟁의 대상이 근로조건에서 경영상 결정으로 넓어지면서, 투자와 신기술 도입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문제는 기업의 이익 체력이 노조 주장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은 186조2545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5%나 줄었다. 기아도 매출(114조1409억원)은 최대였으나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28.3% 급감했다. 미국 관세와 글로벌 경쟁 심화가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이런 흐름은 올해 더 심화돼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현대차가 30.8%, 기아는 26.7% 줄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자율주행ㆍ인공지능(AI)ㆍ친환경차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조 단위 금액을 투입할 방침이라, 성과급이 고정비로 굳으면 미래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기자단과 만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임단협 관련 질의에 “주주와 국가 발전도 중요한 만큼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협상을 매듭지은 삼성전자 노사는 노조의 현금 성과급 요구 대신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경영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받은 주식의 3분의 2는 최장 2년간 팔 수 없고, 지급 조건은 중장기 누적 영업이익 목표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노사가 찾은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반도체 부문에 보상이 쏠려 사업부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고, 기존 주주들의 권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받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