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확대 등 달러 유출구조 고착화로 원화약세 장기화
전문가, 1560원 부근서 고점 인식…연말께 완만한 하락 예상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개인과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달러 유출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전일보다 0.7원 오른 1542.7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 종가 기준 17년 만에 처음으로 1540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9일(154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단순히 달러 강세 때문만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우리나라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금융계정을 통한 자본유출 규모가 커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요 통화 대비 절하율과 실질실효환율 등을 고려하면 원화는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태”라며 “반도체 수출 호조와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금융계정을 통한 자본 유출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달러가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지며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로는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와 개인·연기금의 해외 자산 투자가 확대되면서 민간 부문의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최근 출범한 한미전략투자공사를 통한 대규모 대미 투자 역시 중장기적으로 달러 유출 압력을 높일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시장 수급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내 증시 상승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달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도 달러 강세와 더불어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율이 추가로 급등하기보다는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이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1597원에 근접한 만큼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과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당분간 상방 압력이 우세하겠지만 1560원 부근에서는 고점 인식이 강해질 것”이라며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당국 개입 경계감 등이 환율 상승 속도를 일부 제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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