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동섭 기자] 증권업계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강세를 등에 업은 펀드, ETF 등 투자형 상품의 수익률이 개선되는 가운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이동 장벽이 낮춰지면서 증권사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25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공시된 올해 1분기 말 기준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적립금 합계는 141조6797억원으로, 직전 분기(131조5026억원)보다 한 분기 만에 7.7%(10조1771억원) 가량 불어났다.
전 금융권 적립금(509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3%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사 16곳의 적립금은 102조9324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조8000억원가량 줄었다.
올 1분기 증권사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보면 미래에셋증권(42조4411억원)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증권(23조2681억원), 한국투자증권(22조5945억원), 현대차증권(18조8552억원), NH투자증권(10조7541억원) 순이었다.
증권사로의 적립금 이동 배경에는 퇴직연금 상품 중 DB형에서 DC·IRP형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고 퇴직 시 받을 금액이 사전에 정해지는 확정급여형(DB), 회사가 매년 일정 부담금을 납입하되 근로자가 직접 운용업체와 방법을 정하는 확정기여형(DC), 그리고 이직이나 퇴직시 받은 퇴직금을 개인 명의로 굴리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다.
기존 임금 인상폭이 클 때는 회사에 맡겨 퇴직 직전 평균 임금에 근속 연수를 곱해 급여가 산정되는 DB형이 유리했다. 그러나 저성장으로 임금 인상이 둔화된 반면 투자수익률은 높아지고 근로자가 직접 사업자와 투자상품을 고르고 DC·IRP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다양한 펀드와 ETF 투자상품과 함께 운용노하우까지 앞세운 증권사가 그 수혜를 보는 상황이다.
여기에 재작년 10월 도입된 실물이전 제도로 기존 운용 상품을 팔지 않고도 사업자를 바꿀 수 있게 되면서 증권사로의 이동 장벽도 한층 낮아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펀드나 ETF를 활용해 수익률이 잘 나오면 관심이 확산되고 이것이 가입자 이전으로 이어지면서 적립금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도 퇴직연금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수익률 경쟁력 확보와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앱(M-STOCK) 기반 ‘MP구독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 등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금자산관리센터를 본부로 확대하고 로보자산관리팀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등 조직개편 작업도 진행했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적립금 상위 10개사 가중 합산 기준 DC 3·5·7·10년, IRP 1·3·5·7·10년 장기 수익률을 모두 석권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은 1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신한 Premier 패스파인더’를 통해 법인 CEO와 임원을 대상 1대1 매칭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퇴직연금자산 관리서비스를 강화했다. 그 결과 이번 분기 DC형 원리금비보장 수익률 27.17%로 증권업권 1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약세와 증권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은 강력한 리테일망을 바탕으로 수성에 나서는 형국”이라며 “보험사가 DB 위주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한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증권으로 퇴직연금이 몰리지만,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면 다시 은행으로 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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