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설효 기자]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금융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올해 1분기 2조6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 공급의 70% 이상이 상위 4개사에 집중되면서 포용금융 공급 여력은 회사별로 갈리는 모습이다.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2조570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조5928억원보다 9780억원, 61.4% 증가한 규모다.
회사별로는 삼성카드가 628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카드 4769억원, KB국민카드 4552억원, 현대카드 4026억원, 롯데카드 3442억원 순이었다. 삼성·신한·KB국민카드 3곳의 합산 취급액은 1조5604억원으로 전체의 60.7%를 차지했다. 현대카드까지 더한 상위 4개사의 비중은 76.4%에 달했다.
하위권과의 격차도 컸다. 하나카드는 1323억원, 우리카드는 1286억원, BC카드는 27억원에 그쳤다. 특히 BC카드의 취급액은 삼성카드의 0.4% 수준에 불과했다. 중금리대출 공시상 같은 카드업권으로 묶이지만, 회사별 공급 규모는 사실상 다른 시장처럼 벌어진 셈이다.
카드사 중금리대출 확대를 단순한 공급 증가로만 보기는 어렵다. 저축은행권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카드사 내부에서도 상위사 쏠림이 뚜렷해지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창구가 일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은 금리를 낮춘다고 바로 늘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기존 회원의 결제 이력과 상환 패턴을 보고 리스크를 가려내는 영역”이라며 “회원 기반과 데이터가 큰 회사일수록 공급을 늘리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사의 공급 여력은 은행권과 다르다. 은행은 예금 기반 조달이 가능하지만 카드·캐피탈사는 여전채와 차입 등 시장성 조달 의존도가 높다. 조달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늘리면 연체율과 대손비용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저축은행권의 중금리대출 감소도 변수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계의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1조61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4% 줄었다.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저축은행 공급 여력이 줄어든 사이 카드사 쪽으로 중금리대출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로 중금리대출을 줄이면 중·저신용 차주의 선택지는 카드사나 카드론 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카드사도 모든 차주를 흡수할 만큼 리스크 여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31조9000억원으로 잡고 카드·캐피탈사까지 사잇돌대출 취급기관에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카드사 내부에서도 공급 쏠림이 확인된 만큼 포용금융 확대가 실제 차주 선택지 확대로 이어질지는 회사별 심사 역량과 리스크 여력이 좌우할 전망이다.
설효 기자 edd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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