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에 DC검토 신청 736건
수도권 522건 중 279건 ‘거부’
건물 1개동 산단 소비량과 맞먹어
한전 사실상 전력 한계 인정한 셈
부지보다 전력 공급이 사업 성패
PF 조달에도 1순위 조건 급부상
바이오ㆍ반도체 산업 전력도 타격
[대한경제=박흥순 기자]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첫삽을 뜨기 위해선 부지 확보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수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관문이 바로 전력 확보다. 좋은 땅을 잡고, 자금을 마련해도 전기를 끌어올 길이 없으면 착공조차 못 하는 구조가 현실이 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시행 이후 인천에 접수된 대규모 전력 사용 신청 24건이 모두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19건, 80%가 데이터센터였다.
이들이 신청한 전력량은 1156㎿로, 신형 원전 1기(1400㎿)가 생산하는 전력에 육박한다. 인천 연수구의 한 데이터센터는 건물 한 동에만 130㎿를 신청했다. 대규모 산업단지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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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를 담당한 한국전력은 ‘전력계통의 공급능력 부족으로 인한 신뢰도 유지 곤란’을 사유로 들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10㎿ 이상 대규모 시설이 전력망에 부담을 주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제도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도입됐다. 인천의 24건 전부 거부는 수도권 전력망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한전이 사실상 처음 인정한 것이다.
쏠림은 특정지역에서 더욱 심했다. 거부된 24건 가운데 절반인 12건이 서구에, 6건이 남동구에 몰렸다. 대규모 변전소 증설이 필요한 154㎸급 신청 10건 중 8건도 이 두 지역에 집중돼 계통 제약이 한층 뚜렷하게 드러났다. 인천에는 이미 9개 데이터센터가 전력 공급을 마쳐 계약전력이 249㎿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지난 2024년 송전을 시작한 한 곳에서 180㎿를 차지하며 병목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지보다 전력 확보가 더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한전이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으로 떠올랐다.
사업자에게 한전의 공급 가능 여부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자금조달의 전제 조건이 됐다. 금융기관 역시 계통 여유가 확인되지 않으면 사업성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력 공급에 대한 확인 없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키기 어렵고, 결국 부지 매입과 설계가 모두 전력 확보 여부에 묶인다.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도 이를 받아낼 변전소와 송전선로 증설에는 길게는 수년이 걸려 수요와 인프라 사이의 시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준비하는 사업자로서는 부지 확보에 앞서 한전과의 전력 공급 협의 결과를 먼저 받아야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전국으로 넓혀 봐도 수도권의 벽은 너무 높다. 2024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가운데 522건, 71%가 수도권에 몰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9건이 거부됐고, 전국 공급 불가 건수의 91.2%가 수도권에 쏠렸다. 까다로운 본심사 문턱은 더 높았다. 수도권은 본심사 24건 가운데 10건만 통과했고, 서울은 단 1건만 승인됐다. 사실상 수도권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이 계통 제약에 막힌 셈이다.
전력망 병목은 정작 지역이 필요로 하는 산업의 발목도 잡고 있다. 인천에서 거부된 24건에는 지식산업센터 2곳과 노인복지주택, AI연구센터까지 포함됐다. 막대한 전기를 쓰면서도 고용 효과는 작다는 비판을 받는 데이터센터가 한정된 공급 여력을 선점하면서 정작 막대한 전기가 필요한 첨단 기업이 밀려나는 구도다.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전의 100% 불가 통보는 인천의 전력망이 포화 상태임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ㆍ반도체 같은 알짜 기업 유치를 위한 전력망 확보 계획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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