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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인 줄 알면서 건물 지었다면… 대법 “시효취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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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29 13:00:05   폰트크기 변경      
1ㆍ2심 뒤집고 ‘땅 주인 승소’ 취지 파기환송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20년 넘게 남의 땅을 점유했더라도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땅을 침범한 사실을 알면서 건물을 지었다면 토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건물 대부분이 남의 땅 위에 지어졌다면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인 ‘자주점유(소유 의사에 따른 점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경기도 파주시의 한 토지 소유주인 A씨가 인근 건물주인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의 부친은 1966년 파주시의 토지 106㎡를 사들였고, 2010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A씨 등 상속인들이 토지 지분을 7분의 1씩 물려받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는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기재와는 달리 1993년 지어진 B씨의 건물 대부분이 부친이 물려준 땅 위에 지어진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토지 사용에 따른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금 2954만원을 지급하라며 2023년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자 B씨는 자신이 1993년부터 20년 이상 해당 토지를 점유해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A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민법은 20년간 소유할 의사로 평온ㆍ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경우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판 과정에서는 B씨가 A씨 부친의 땅을 20년간 자신의 땅으로 인식하고 점유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1ㆍ2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가 1993년부터 A씨 부친의 땅 가운데 94㎡를 소유할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2013년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게 1ㆍ2심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의 토지 점유는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고 할 수 없다”며 1ㆍ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건물은 B씨 소유 토지가 아니라 당시 A씨 부친 소유 토지를 침범해 건축됐고, 그 침범 면적이 통상적인 시공상의 착오 정도를 넘어 상당한 정도에 이르렀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씨가 건축 과정에서 건물이 타인 소유의 토지를 침범해 건축됐음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설령 건축 당시에는 착오가 있었더라도 1999년 B씨가 임의경매에 따라 토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건물이 다른 사람의 땅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스스로 인정한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점유취득시효에서의 자주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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