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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생산지도 다시 그렸다…‘수도권·서남권·충청’ 3축 체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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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29 15:12:13   폰트크기 변경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영상 시청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


수도권은 메모리 생산, 서남권은 신규 팹, 충청은 HBM 후공정
삼성·SK 기존 투자계획 국가 프로젝트로 승격
기업 투자 지원 넘어 국가가 생산거점 직접 설계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정부가 29일 발표한 ‘반도체 3S(Speed·Stronghold·Spearhead)+1F(Full-support) 전략’은 단순한 투자 지원책을 넘어 국내 반도체 생산지도를 다시 그리는 청사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해온 기존 투자 계획을 국가 차원의 메가 프로젝트로 묶고, 수도권에 집중됐던 생산거점을 서남권과 충청권까지 확장하는 ‘3축 생산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번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정부가 “수도권 단일 거점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공식 선언한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용인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K-반도체 벨트’를 국가 반도체 전략의 핵심축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수도권만으로는 전력과 용수, 산업용 부지 확보는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도권 생산기지 확장을 계속 추진하는 동시에 서남권(호남)을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내놨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를 중심으로 총 800조원을 투입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팹을 각각 2기씩, 총 4기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전력과 용수, 도로 등 핵심 인프라를 직접 지원하고 인허가 절차도 단축해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의 상당수 내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추진하거나 검토해온 투자 로드맵을 국가 전략으로 재구성한 성격이 강하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와 용인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차세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일반산단과 청주, 이천 등을 축으로 생산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격상시키고, 기업들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아온 전력과 용수, 도로, 인허가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를 제시했다. 

수도권 생산거점도 한층 속도를 낸다. 정부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생산라인 건설을 기존 순차 방식에서 동시 건설 방식으로 전환해 3~4년 가량 앞당기고,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 역시 최종 팹 완공 시점을 각각 7년, 12년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안에 국내 D램 생산능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략에서 충청권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1조원을 투자하는 충청권을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온양 사업장과 SK하이닉스의 청주 생산기지 등을 중심으로 HBM 패키징과 후공정 역량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AI 반도체 경쟁에서 후공정 기술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산업 흐름과 맞닿아 있다. HBM은 D램 적층 기술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경쟁력이 제품 성능과 수율을 좌우하는 만큼, 정부도 메모리 생산과 후공정을 지역별로 분산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수도권은 웨이퍼 생산, 충청권은 HBM 패키징이라는 기능 분담이 한층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동남권과 대경권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혁신 거점으로 육성된다. 부산은 전력반도체, 구미는 시스템반도체와 핵심 소부장 실증 인프라를 강화해 메모리 생산 확대에 필요한 공급망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대만 TSMC의 지역 분산 생산체계를 직접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끈다. TSMC는 신주를 중심으로 타이난과 가오슝, 타이중까지 생산거점을 분산해 전력과 용수,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해왔다. 정부 역시 수도권 중심의 단일 생산체제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서남권, 충청권을 연결하는 다핵 생산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서남권 800조원 투자 계획은 장기적인 국가 비전의 성격이 강하다. 메모리 팹은 시장 수요에 맞춰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증설되는 산업인 만큼, 단기간 내 집행되는 투자라기보다 향후 수십 년에 걸친 생산능력 확대 구상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신규 메모리 생산거점을 수도권 밖으로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는 점은, 향후 국내 반도체 산업의 공간 구조와 공급망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 생산 거점 전국 확대와 관련, “기존 용인·평택 사이트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전력과 용수,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 서남해안 일대를 새로운 사이트로 개발해야 한다”고 밝히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당위성을 직접 설명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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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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