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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메가프로젝트] ‘서남권 800조 투자’ 현실성은…기업 투자·전력·공급망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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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29 16:34:46   폰트크기 변경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P&T7(예상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정부, ‘서남권 메모리 팹 4기’ 청사진 제시
장기 비전 의미는 크지만 투자 확약·인프라 확보는 과제
AI 시대에도 메모리 중심 전략…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는 숙제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정부가 29일 발표한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는 수도권 중심의 생산체제를 서남권과 충청권까지 확대하겠다는 장기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투자 규모의 실체부터 기업 투자 확약, 전력·용수 확보, 공급망 재편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정부가 제시한 ‘서남권 800조원 투자’의 성격이다.

정부는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를 제2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팹 4기(삼성 2기·SK하이닉스 2기)를 구축하는 데 총 800조원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자료에는 이 금액이 신규 투자 규모인지, 기존 투자 계획을 포함한 장기 누적 투자 규모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담기지 않았다.

반도체 공장은 수요 증가에 맞춰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설되는 산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치 역시 향후 장기간에 걸친 민간 투자 계획을 모두 합산한 개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숫자가 먼저 제시된 만큼 투자 산정 방식과 집행 시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어느 정도까지 확정됐는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서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팹 2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지만, 기업들은 통상 시장 상황과 메모리 업황, 수요 전망을 고려해 투자 시기와 규모를 결정한다. 메모리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인 만큼 수요가 둔화될 경우 투자 일정 역시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는 용인과 평택 생산능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서남권까지 새로운 메모리 생산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수도권 기존 투자와 신규 생산거점 구축이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장기간 투자 여력과 시장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지 선정의 산업적 타당성도 향후 검증 대상이다.

정부는 서남권을 제2 생산거점으로 선정한 배경으로 인프라와 정주여건,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이미 경기 남부와 충청권을 중심으로 장비와 소재·부품 기업, 협력사, 전문 인력이 밀집해 있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공장만으로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장비 공급과 유지·보수, 소재 조달, 협력업체 네트워크, 숙련 인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클러스터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새로운 생산거점이 기존 수도권 클러스터 수준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력과 용수 공급 역시 현실적인 과제로 꼽힌다.

AI 시대 들어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산업용 전력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과 용수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송전망 구축과 용수 확보, 환경영향평가, 주민 협의 등은 수년이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이 인허가 속도로 옮겨간 만큼 선언적 지원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산업 전략의 무게중심이 여전히 메모리에 쏠려 있다는 점도 과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차세대 메모리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국방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의 중심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져 있다. AI 시대 반도체 경쟁이 GPU와 AI 가속기,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초격차 전략만으로는 글로벌 경쟁 우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반도체 생산기지 입지 선정은 통상 5~7년이 걸리는 사안”이라며 “두 달 만에 호남 메모리 팹 계획이 결정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또 “2023년 논의됐던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는 시스템반도체 패키징(후공정) 사업으로, 이번 메모리 팹(전공정) 투자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도 삼성전자와 SK그룹의 ‘호남 반도체 투자’ 발표와 관련, “서로 경쟁하는 두 개의 대기업이 동시에 같은 입지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의 자율적 판단보다 정부의 관치 개입에 따른 억지 결정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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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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