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순손실을 낸 CJ제일제당이 ‘식품ㆍ바이오’ 양축으로 짜여 있던 사업 구조를 3개 부문으로 전면 해체한다. 실적 반등과 체질 개선을 위해 조직을 밑바닥부터 뜯어고치는 ‘파괴적 변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포석이다.
1일 CJ제일제당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미래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을 목표로 사업부문 리밸런싱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식품과 바이오로 이원화됐던 구조를 △라이프스타일식품 △기술소재 △핵심소재 3개 부문으로 재편한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구조와 조직을 파괴하는 수준의 고강도 수술이다.
사업부문을 쪼개면서 핵심 역할도 세분화했다. 라이프스타일식품은 만두ㆍ치킨ㆍ소스ㆍ김치 등 ‘비비고’ 글로벌전략제품(GSP)을 앞세워 한국의 식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글로벌 K-푸드 센터’를 맡는다. 바이오에서 갈라져 나온 기술소재는 조미소재 ‘핵산’과 천연조미소재 ‘테이스트앤리치’, 친환경 플라스틱 ‘PHA’ 등으로 고부가 신시장을 여는 차세대 동력을 담당한다. 핵심소재는 사료용 아미노산부터 설탕ㆍ밀가루 등 일반소재, 알룰로스 같은 신소재까지 원료 사업 간 시너지로 수익성을 떠받치는 ‘핵심 소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
구조 재편에 맞춰 부문별 수장도 새로 짰다. 라이프스타일식품은 지난해부터 식품사업부문을 이끌어온 그레고리 옙 대표가 맡는다. 30여 년간 글로벌 식품ㆍ뉴트리션 기업에서 연구개발과 사업 혁신을 이끈 전문가다. 기술소재는 윤석환 대표이사가 겸임해 솔루션 중심 고부가 조직으로의 전환을 직접 챙긴다. 핵심소재는 2020년 CJ푸드빌 대표로 흑자 전환을 일궈낸 김찬호 전략지원부문 대표가 겸임한다.
CJ제일제당의 사업 개편에 나선 건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제외)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 17조7549억원, 영업이익 8612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0.6%, 영업이익은 15.2% 뒷걸음질쳤다. 순손익은 유ㆍ무형자산 평가 등 영업외손실이 겹치며 657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사상 첫 연간 순손실이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손실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4년째 이어진 성장 정체가 끝내 적자로 확인되면서 위기의식은 짙어졌다. 윤석환 대표는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번 적자를 일회성 악재가 아니라 조직 전체를 향한 ‘생존의 경고’로 규정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의 식품과 바이오로 나뉜 기존 사업구조에서는 각 부문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식품사업부문에서는 해외 매출이 5조924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국내 매출을 넘어선 상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식품 사업 운영에 최적화한 조직 구성이 필요해졌다. 반대로 바이오 사업부문은 트립토판ㆍ알지닌 등 스페셜티 아미노산 업황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1년 새 36.7% 급감했다. 그룹 이익의 진폭을 쥔 바이오가 흔들리자 전사 수익성이 함께 주저앉았다. 이를 돌파하려면 업황을 견딜 재무적 판단, 고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할 인력 배치 등 전략 재구성이 시급한 상태였다.
사업구조 재편을 넘어 재무와 조직 전반도 손 본다. 이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 ‘미래혁신사무국’도 신설했다. 해당 조직에서는 재무구조 개선과 조직문화 재건에 강 드라이브를 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구조 재편은 사업의 본질을 깊이 고민하여 부문별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파괴적 변화와 혁신”이라며 “자원과 역량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미래 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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