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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제작한 취사장 이미지. |
[대한경제=정대연 기자] 군부대 취사장이 트렌디한 민간 레스토랑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리스크 없이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군 민간위탁급식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형 급식업체들이 사활을 건 낙찰 경쟁을 벌인 결과다. 업체들이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트렌디한 메뉴 개발에 총력을 쏟으면서 장병들의 식판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CJ프레시웨이가 위탁 급식을 맡은 일부 육ㆍ공군 부대에는 tvN 인기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 등장한 ‘옛날 햄버거’가 특식으로 올랐다. 패티 위에는 장시간 볶아 단맛을 극대화한 카라멜라이징 양파가 듬뿍 얹혔다. 과거 ‘군데리아’는 빵과 패티, 소스가 따로 배식돼 상당수 장병이 식은 빵을 부숴 딸기잼과 우유에 말아 먹기 일쑤였다. 민간 위탁이 도입되며 ‘진짜 햄버거’가 등장하자 반응이 뜨겁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민감한 MZ세대 장병을 겨냥한 웰니스 식단도 대거 진입했다. 아워홈은 고단백 저칼로리를 선호하는 장병을 위해 ‘스파이시 치킨 아보카도 샐러드’와 자체 개발한 고단백 음료를 배치했다. 디저트의 격도 달라졌다. 아워홈은 딸기모찌, 씨앗호떡 등 시중 전문점 수준의 메뉴를 연 100회 이상 편성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유통 트렌드를 쏟아붓는 이유는 낙찰 경쟁이 소수점 단위의 ‘바늘구멍’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간위탁급식을 시행 중인 부대는 전국 49개 안팎으로, 이 시장을 따내려는 수주전은 매번 피를 말린다. 지난 6월 해병대 A부대 입찰에서 CJ프레시웨이는 97.84점으로 2순위 풀무원푸드앤컬처를 1.6점 차로 따돌렸다. 같은 달 22일 공고된 육군훈련소 입찰에서는 동원홈푸드가 99.1점을 기록해 삼성웰스토리를 단 0.2점 차로 눌렀다. 대기업 간 경쟁이라 인프라 정량 조건과 가격 점수는 대부분 만점(동점)이어서, 당락은 맛과 식단을 보는 정성 평가에서 갈린다. 실제 주요 부대 평가에는 ‘메뉴 차별성’과 ‘만족도 향상 계획’이 핵심 평가지표다.
대형 급식업계가 군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확실한 수익성 때문이다. 군 위탁급식 시장은 약 4000억원 규모로, 전체 국내 급식시장의 20% 수준이다. 일반 기업 급식은 재택ㆍ외근ㆍ휴가로 식수 예측이 어려워 잔반과 재료비 낭비가 크다. 반면 군대는 결식이 금지되고 인원이 확정돼 식자재 손실을 제로에 가깝게 줄여 마진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가 단가를 현실화한 점도 매력을 키웠다. 2026년 장병 1일 급식 단가는 1만4000원으로 2021년 8790원 대비 60% 뛰었고, 대다수 부대가 3년 장기 계약을 맺는다. 최근 발주된 육군훈련소는 3년 계약에 사업 규모만 280억원에 달한다. 장병 만족도도 수치로 입증된다. 육군 제39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장병들은 풀무원푸드앤컬처 급식에 5점 만점에 4.8점을 매겼다.
다만 시장의 파이를 무한정 키우긴 어렵다. 전방 부대의 취사 병과 유지 필요성에 더해 장병 수가 2021년 53만명에서 2025년 45만명으로 줄어든 탓이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장병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독창적 메뉴 개발 역량이 시장 패권을 쥐는 유일한 열쇠”라고 했다.
정대연 기자 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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