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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천군지구 도시개발사업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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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03 06:00:19   폰트크기 변경      

공정률 73%에서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2년째 공사 중단 상태

조합 “도급계약서에 책임준공 명기” vs 현대건설 “리파이낸싱으로 책임준공 의무 소멸”
법정 분쟁 겪는 동안 PF 대출 만기 도래하며 사업 파행 위기

경주 보문천군지구 도시개발사업 현장 모습 /  경주시 제공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2년 이상 멈춰선 경주시의 보문천군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도시개발사업조합과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책임준공 의무를 둘러싸고 법정 분쟁을 벌이는 사이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 가능성마저 대두되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보문천군지구 사업은 약 2만명이 거주하는 경주 배후 신도시 조성을 목표로 1990년부터 추진됐다. 2010년 도시개발구역 지정 후 2017년 지역 건설사인 화산건설이 도급사로 참여했으나, 2019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실패로 중단됐다.

이후 2021년 현대건설이 새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재개됐지만, 조합이 공사비를 제 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공사가 또다시 중단됐다.

양측의 갈등은 사태의 촉발 원인을 둘러싸고 서로를 겨누며 격화됐다.

조합 측은 도급 계약서상 책임준공 의무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보문천군지구 조합의 사업을 대리하고 있는 시행사 관계자는 “도급 계약서와 PF 대출 약정서엔 현대건설의 책임준공이 분명히 명기돼 있다”며 “현대건설은 공사비 미확보를 이유로 공사를 중단한 채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는 책임준공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건설 측은 갈등 자체가 공사비 미지급 문제에서부터 시작된 데다, 책임준공 의무 역시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소멸됐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도급 계약서에는 책임준공 확약이 명시돼 있었지만, 시행사가 자금 조달에 실패해 현대건설 주도로 리파이낸싱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책임준공 의무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문천군지구의 사업비 대출 및 자금조달 구조는 수차례 재편된 상태다.

2021년 조합은 새마을금고로부터 219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조달했고, 서울D&C에 공동주택 용지를 1200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인허가 지연으로 PF 대출 만기가 도래하자 또다시 사업비 조달 문제에 직면하게 됐고, 이 때 현대건설 주도로 리파이낸싱이 이뤄져 기존 새마을금고는 흥국생명보험에 대출채권을 양도하며 사업에서 발을 뺐다. 당시 흥국생명은 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대출채권 양수대금을 마련했는데, 유동화전문회사(SPC)인 비엔케이썸제십이차가 PF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2214억원 가량을 흥국생명에 금전신탁했다. 현대건설은 이 ABSTB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책임준공 의무는 해소됐지만, 수천억원 규모의 PF 보증과 공사 미수금에 따른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동안 사업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업지의 공정률은 73%로 한창 공사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지만, 공사가 중단된 채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조합이 보유한 용지 가치는 약 3900억원 수준으로 여겨졌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현재 가치는 2000억원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평가다.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금융기관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조합이 보유한 체비지를 공매에 넘기는 방식을 검토하는 중이다. 체비지는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사업시행자가 매각할 수 있도록 확보한 토지를 의미한다.

특히 현 상황에서 공매가 진행될 경우엔 헐값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공매가 유찰을 거듭하며 할인 매각으로 이어질 경우엔 공사비를 비롯한 필수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져 조합원들이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허가권자인 경주시가 개입해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는 등 사업 구조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경주의 자연ㆍ관광자원과 연계된 신도시 개발을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기대해 온 만큼 경주시가 직권을 통해 사업 정상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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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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