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쌍방 과실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자기차량손해보험(자차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자기부담금 가운데 상대방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보험사 간의 구상 절차가 끝났더라도 상대방 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험사가 실제 지급하지 않은 자기부담금 부분은 보험자대위(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뒤 피해자의 권리를 넘겨받아 가해자 측에 청구하는 것) 대상이 아니어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취지로, 비슷한 교통사고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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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월 B씨와의 교통사고로 차량 일부가 파손되자 자차보험에 따라 차량 수리비 270만원 중 자기부담금 50만원을 제외한 22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았다.
이후 A씨 보험사는 B씨 차량 보험사인 현대해상에 A씨의 자기부담금을 포함한 전체 수리비를 기준으로 B씨의 과실비율(40%)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상(대신 지급한 돈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것)했고, 현대해상은 108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실제 부담한 자기부담금은 보상받지 못했다며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자기부담금 중 B씨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20만원을 현대해상이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가 자기부담금 약정이 포함된 자동차보험계약을 스스로 체결했고, 사고 후 부담한 자기부담금 역시 계약에 따라 본인이 부담하기로 한 비용인 만큼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자차보험에서 이른바 ‘선처리 방식’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보험자가 보험자대위를 통해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실제로 피보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중 상대방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한정된다고 봤다. 반면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은 자기부담금 가운데 상대방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여전히 피보험자에게 남아 있어 피해자가 상대방이나 상대방 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대법원은 이런 법리는 상대방 보험사가 이미 피해자 측 보험사에 자기부담금을 포함한 구상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보험사는 자신이 실제 지급한 보험금 부분에 대해서만 보험자대위를 할 수 있을 뿐, 지급하지 않은 자기부담금 부분까지 대신 청구할 권한은 없는 만큼 피해자의 직접 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올해 1월 대법원이 처음 인정한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직접청구권’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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