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봉정 기자]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접근성이 높아지고 서울 외환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거래를 역내로 흡수해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시간은 기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에서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로 변경돼 중단 없이 운영된다.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한 한국 공휴일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제도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역외 NDF 시장에 집중됐던 거래를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이 마감된 이후에는 원화 거래가 대부분 역외 NDF 시장에서 이뤄졌고 밤사이 형성된 가격이 다음 날 개장과 동시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급등락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24시간 거래가 정착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이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 해외 주요 이벤트가 실시간으로 환율에 반영되면서 시장 가격이 보다 효율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충격이 한 번에 반영되는 대신 거래시간 전반에 분산되면서 개장 직후 발생하는 갭(Gap) 변동성도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접근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거래 편의성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원화 유동성이 늘고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시장 인프라를 강화하는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제도 시행 직후부터 환율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4시간 거래의 궁극적인 목적은 NDF 거래 수요를 역내 시장으로 흡수해 투기성 거래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이라면서도 “야간 거래가 충분히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유동성 부족으로 오히려 변동성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으며 단기적인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금 이동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발생할 경우 자금 유출입이 실시간으로 환율에 반영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야 시간대에는 거래량이 적어 일시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으로 아침 개장 시 발생하는 갭 변동성은 완화될 수 있지만 시장 개방의 이면에는 글로벌 거시경제 충격에 24시간 노출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며 “글로벌 경기 우려나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24시간 거래 체제의 안착을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2027년 본격 운영을 목표로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시간 외환시장 개장은 단순한 거래시간 확대를 넘어 선진시장 수준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추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24시간 공백 없는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2027년 본운영을 목표로 하는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 등 후속 개혁 과제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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