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14개 단지 중 8곳 신탁방식
신탁사, 조직 개편ㆍ회사채 발행
0.3%대 저가 수수료까지 등장
“기준없는 요율, 결국 조합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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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부동산 신탁 방식이 정비사업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조합 설립 없이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시공사 신용에 기대지 않고 신탁사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목동을 비롯한 서울 곳곳의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들이 앞다퉈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신탁 수수료를 둘러싼 저가 경쟁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정비톡에서는 A신탁사 임원을 초청해 신탁 방식과 조합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 수수료 저가 경쟁의 실체를 들어봤습니다.
한= 목동 재건축을 보면 신탁 방식을 택하는 단지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현황부터 짚어주시죠.
이= 목동 14개 단지 중 절반이 넘는 8곳이 이미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습니다. 4만7000가구가 걸린 사업이니 신탁업계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죠. 기존 주력이던 책임준공형ㆍ차입형 토지신탁 리스크가 커지고 금융당국 규제까지 겹치면서, 신탁사들이 정비사업 쪽으로 조직을 키우고 회사채까지 발행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한= 신탁 방식과 조합 방식, 근본적인 차이는 뭔가요.
이= 사업을 누가 이끄느냐입니다. 조합 명의로는 대출이 안 나와 결국 시공사 신용에 기대야 하는 조합 방식과 달리, 신탁 방식은 신탁사 자기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시공사는 단순 도급만 맡습니다. 대금도 조합 방식은 분양불로 시공사가 빠르게 가져가지만, 신탁 방식은 기성불이라 남은 자금 운용수익이 조합원 몫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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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 개요. /사진:대한경제 DB |
한= 정작 정비사업 쪽에서는 수수료 저가 경쟁 우려가 계속 나오는데요.
이= 최근 한 통합재건축 사업장을 예로 들면 7000세대 규모에 보수 약 1000억원, 비율로 0.6% 정도였습니다. 세대당으로 나누면 1500만원이 채 안 됩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에는 0.35%, 0.4%대 수수료까지 등장했어요. 통상 정비사업 수수료율이 총매출의 1∼4%가량이라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낮게 들어오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 왜 이렇게 낮은 수수료가 나오는 겁니까.
A임원= 2016년부터 신탁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해온 회사들, 그러니까 한국토지신탁이나 한국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정도가 경험을 쌓아온 축이라면, 이후 시장에 들어온 후발 신탁사들은 다른 사업 영역이 막히면서 정비사업밖에 할 게 없어진 겁니다. 경험은 없고 할 수 있는 건 저가 수주뿐이니 이런 경쟁이 벌어지는 거죠.
한= 조합 입장에서는 수수료율 차이가 눈에 먼저 들어올 것 같은데요.
A임원= 그게 착시입니다. 최근 같은 지역,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신탁 방식 현장 세 곳을 비교해보니 공사비가 평당 최대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수수료율 0.1∼0.2%p 차이보다 공사비 차이가 조합원 부담에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저희는 신탁법상 선관주의 의무를 지기 때문에 공사 시작 전 지질조사를 먼저 진행해서 이런 변동을 예방하는데, 이걸 안 하면 오히려 소송거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 수수료가 낮아지면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겁니까.
A임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게 전문 인력과 자문 조직입니다. 대형신탁사는 수수료 범위 안에서 설계 자문이나 기술 검토 용역을 별도로 발주하는데, 수수료가 낮으면 그럴 여력이 없으니 기존 인력으로 이 사업 저 사업 돌려막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후발 신탁사들을 보면 경력직 채용은커녕 인력이 이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자본금이 부족한 신탁사일수록 시공사를 앞단에 선정한 뒤 그 입찰보증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합니다. 문제는 이 보증금도 부채비율에 잡힌다는 겁니다. 3000세대급 메가 프로젝트에서 시공사 자금 1000억원을 갖다 쓰면 부채비율이 급격히 뛰어 당장 다른 사업을 못 할 지경에 이릅니다. 그러니 시공사 자금에 계속 기대게 되고, 그럴수록 시공사한테 자유로울 수 없어요. 공사비를 달라는 대로 주고, 정비업체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됩니다.
한= 그렇다면 신탁 수수료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A임원= 높고 낮음이 아니라 ‘기준’이 필요합니다. 감정평가사들도 보수 기준이 있어서 형평성이 유지되는 것처럼, 신탁 보수도 합리적 기준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수주가 요율 경쟁으로만 결정되는 구조가 계속되면, 결국 사업 추진 역량이 부족한 곳들이 저가로 시장에 들어오게 됩니다.
한=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싸고 좋은 건 없다는 얘기군요. 신탁사는 빠르고 경제적인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뿐, 운전대는 여전히 조합이 쥐고 있다는 볼 수 있겠네요. 기준 없는 저가 경쟁이 계속되는 한 그 부담은 결국 관리가 부실해진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떠안게 될 거라는 게 이번 정비톡의 결론인 것 같습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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