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계산도 척척, 고교생들의 뜨거운 편의점 도시락 도전기
CU 간편식 매출 16% 폭발… 우승작은 상품화 거쳐 9월 출시
| 'BGF창작요리경연대회'에 참가한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학생. 왼쪽부터 조수민, 임지환, 조준혁 학생. 스팸으로 만든 가츠동 '압도적 스팸 정식'을 만들었다./사진: 정대연 기자 |
[대한경제=정대연 기자] “소셜미디어(SNS)에서 핫했던 ‘스팸스틱’에 학교에서 배운 일식 정통 조리법을 접목했습니다. Z세대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을 ‘스팸 가츠동 도시락’입니다!” (한국조리과학고 3학년 임지환)
지난 6일 경기 시흥에 위치한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이하 한조고) 실습동 201호. 문을 열자마자 자욱한 열기와 함께 기름진 튀김 냄새, 달콤 짭조름한 소스 향이 코를 찔렀다. 이곳에서는 미래의 셰프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이 편의점 CU의 다음 히트작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BGF 창작요리경연대회’가 한창이었다.
대회가 시작되자 3인 1조로 뭉친 학생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큼직한 중식도를 쥔 학생이 애호박을 서슴없이 꽃 모양으로 깎아내는 사이, 옆에서는 쿠킹호일을 덮은 냄비 솥밥이 기분 좋은 김을 뿜어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은 조리 공간이었지만 동선이 엉키는 법은 없었다. 눈빛만으로도 프라이팬과 양념통이 오갔다. 튀김 반죽의 농도가 묽게 나오자 즉석에서 밀가루를 더해 점도를 잡는가 하면, 시식단이 최적의 온도에서 맛볼 수 있도록 조리 타이밍까지 조율하는 노련함이 눈길을 끌었다.
![]() |
| 왼쪽 사진) 학생들이 제품기획서와 원가분석표까지 준비됐다. 오른쪽 사진)임형근 BGF리테일 상품본부 상무가 시식을 하며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정대연 기자 |
학생들의 진짜 저력은 맛을 넘어선 ‘상품화 감각’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라 편의점 상품기획자(MD)의 시선으로 용기 형태와 타깃 소비자, 원자재 단가까지 계산에 넣었다. 조수민 학생은 “소비자가 뚜껑을 열었을 때 튀김의 시각적 임팩트를 체감할 수 있도록 칸이 넓은 특수 용기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민주 학생은 “평소 재료 관리와 원가 절감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며 조리 후 남은 식자재 비율까지 대조해 원가를 다시 산출했다. 지도교사인 장성민 한식조리 교사는 “교내 대회만 다섯 차례 넘게 치른 베테랑들로 식품기업 실무진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메뉴 구성에는 Z세대의 일상과 감각이 그대로 투영됐다. 학생들은 최근 유통가의 웰니스 트렌드를 겨냥해 영양성분표에 식이섬유 함량까지 표기했다. 해외 식문화를 접목한 음식도 눈에 띄었다. 밥 대신 멕시코 음식인 타코와 토핑을 담거나, 일본 각지의 에키벤(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반영한 요리였다.
학원 시간에 쫓겨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또래의 현실을 담아 위로가 되는 도시락을 구상한 학생도 있었다. 그는 노란 달걀말이 위에 붉은 어묵으로 꽃나무를 새겨 넣어 지친 일상에 작은 위안을 더했다. 또한 자취 생활에서 신선한 채소를 챙기기 어렵다는 고민을 담아 도시락 바닥에 양배추를 두툼하게 깐 학생도 있었다.
BGF리테일이 고교생 아이디어에 주목한 배경에는 편의점 간편식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자리한다. 고물가와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며 BGF리테일의 올해 상반기 간편식 매출은 전년 대비 16% 늘었다. 상반기 ‘피빅(PBICK) 더 키친 특식선언’과 ‘지중해 키친’이 이끈 흥행을 하반기에는 10대의 참신한 감각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뽑힌 우승 메뉴는 BGF리테일 센트럴키친의 상품화 보완을 거쳐 오는 9월 전국 CU 매장에 출시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9월은 개학 특수와 맞물려 간편식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라며 “앞으로도 한조고와 협업한 메뉴를 간편식 특수 시즌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 우승한 메뉴는 상품화 과정을 거치고 9월 CU에서 판매된다. BGF관계자는 “9월은 개학 특수가 있는 시기”라며 “앞으로도 개학처럼 특수가 있는 시점에 맞춰 한조고와 협업한 메뉴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조고는 기업 협력을 늘려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손민호 한조고 교장은 “통상 조리학교의 연간 실습비가 1억원 미만인 반면,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는 7억 5천만원 수준”이라며 “학교가 제공하는 경험이 다른 학교와는 다를 수밖에 없고, 학생들의 열정도 대단하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kit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