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건설 현장을 둘러싼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이 한층 강화되면서 부실벌점부터 중대재해까지 건설업계가 직면한 법적 리스크를 점검하고 실무적인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수사나 소송 등 사후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안전관리 시스템과 함께 일관된 법률 대응 전략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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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율촌의 조희태 변호사가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율촌 렉쳐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성공적인 부실벌점 대응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율촌 제공 |
법무법인 율촌은 13일 <대한경제>와 한국중대재해학회(회장 이동경) 후원으로 ‘건설사업자를 위한 부실벌점 및 산업안전 형사 리스크 대응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성공적인 부실벌점 대응 전략과 △최근 중대재해 판결 동향과 안전점검 주요 이슈 △산업안전 형사 리스크 대응 전략 등 총 3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세션별 주제가 모두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만큼 이날 세미나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율촌 중대재해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유철 변호사는 인사말을 통해 “부실벌점 등 행정제재와 형사처벌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며 “건설 안전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높아진 만큼 건설사업자는 산업재해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 사고 발생 이후에도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실벌점, “법률상 요건부터 따져야”
첫 발표자로 나선 율촌의 조희태 변호사는 최근 발주청의 부실벌점 부과 처분이 강화되는 국면에서 대응의 출발점은 ‘건설기술 진흥법 제53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고 강조했다. 건설기술 진흥법 제53조는 ‘부실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국토교통부나 발주청, 인허가기관이 건설사업자에게 부실벌점을 부과하고 입찰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부실벌점 제도는 2020년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거치며 크게 강화됐다. 벌점 산정 방식이 ‘누계평균’에서 ‘합산’ 방식으로 바뀌면서 공공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감점과 입찰참가자격 제한, 아파트 선분양 제한, 시공능력평가액 감액 등 불이익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소규모 벌점이라도 계속 쌓이면 사업 수주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조 변호사는 “단순한 오시공이나 절차 미비가 아니라, 실제로 건설공사의 안전성 훼손이나 위험 초래 가능성이 인정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전관리계획 보완 미제출, KS 미인증 자재 사용, 안전관리계획서 제출ㆍ승인 전 착공 등 절차상 하자만으로는 실제 안전성 훼손이나 위험 발생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법원이 부실벌점 부과 처분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는 게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부실벌점과 관련된 절차적 쟁점도 짚었다. 권한 없는 기관이 부과한 벌점은 처분의 효력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점 통보를 받은 경우 이의신청과는 별도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제기도 가능하지만, 제소기간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 변호사는 “정부의 안전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부실벌점 제도가 더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이고, 파급력도 커졌다”며 “행정기관은 법률상 요건을 충실히 검토해 신중하게 처분해야 하고, 건설사업자 역시 초기 단계부터 일관된 대응 전략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출신의 건설안전 전문가인 김해현 전문위원은 건설기술 진흥법상 부실벌점과 관련된 안전보건 핵심 항목으로 △토공사 시공 불량 △계측관리 미흡 △가설구조물 설치 상태 불량 △건설 현장 안전관리대책 소홀 등을 꼽았다.
특히 굴착공사와 흙막이 공사, 계측관리는 부실벌점은 물론 중대재해 위험과도 직결되는 만큼, 설계도서에 따른 시공 여부와 계측 결과의 이상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의 조언이다. 실제 용두동 신축공사장 지반침하 사고 사례에서도 계측장비 이상 신호를 제때 관리하지 못하고 보강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게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그는 “안전관리계획과 정기 안전점검은 계획의 수립부터 승인ㆍ조치 이행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며 “결국 부실벌점 관리는 사고 발생 후의 소명이 아니라 공종 착수 전 검토, 시공 중 점검, 위험징후 발견 시 즉시 보강, 점검기록과 증빙자료 확보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관리체계로 운영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대재해 판결, ‘형식보다 실제 안전관리’가 양형 좌우
김현근 변호사는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판결 동향을 분석하며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선고된 1심 판결은 137건이 넘는다. 판결 분석 결과 △사망자 수 △사고의 중대성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정도 △경영책임자의 관여 △안전보건관리체계 미비가 주요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진단이다. 단순히 규정이나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고, 실제 현장에서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건설업은 고위험 공종이 수시로 변경될 뿐만 아니라 중층 도급ㆍ공동 수급 구조와 일용ㆍ협력사 근로자와의 교육ㆍ소통 한계로 중대재해 리스크가 높은 산업”이라며 “형식적인 문서 구축보다는 협력업체 관리와 위험성 평가, 사고 발생 시 초동 대응체계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안전보건 컴플라이언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산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이 이어졌다. 산업안전 형사사건에서는 사고 직후 대응이 수사와 재판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실관계 확인과 증거 확보, 관계기관 대응, 법률 자문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법원ㆍ검찰 출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송봉준 변호사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수습이 진행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동청과 경찰이 즉시 현장에 출동해 수사를 개시한다”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향후 형사책임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봉준 변호사는 검사 시절 산업안전 분야 수사에서 이른바 ‘블루벨트’라 불리는 2급 공인전문검사로 선정된 전문가다.
특히 중대재해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법령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적극적으로 진술해야 하는데, 준비 없이 조사에 들어갔다가는 오해를 살만한 답변을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또한 그는 “중대재해 사건에서는 방대한 자료 제출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유효ㆍ적절한 자료를 정리해 제출하면 회사가 중대재해 방지를 위한 체계 구축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소명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부장판사 출신인 송민경 변호사는“중대재해 사건 재판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유죄 프레임’으로 얼룩진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한 단순한 부인이나 선처가 아니라, 전략적인 변론을 통해 재판부의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형사책임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만큼 의무 주체와 내용, 위반행위, 사고경위, 상당인과관계, 예견가능성과 고의를 단계별로 검토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의문과 공소사실의 모순을 중심으로 변론을 설계해야 무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건설업의 특수성과 사고 발생 메커니즘을 재판부가 이해하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의무범위, 예견가능성과 인과관계에 대해 검사의 주장과 다른 판단이 가능하도록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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