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안전 보장’을 구실로 화물 가치의 20%에 상당하는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항행의 자유를 이유로 이란의 통행료 징수에 반대해 온 미국 정부가 오히려 더 무거운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발표’에 유가와 증시 등 글로벌 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선적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고 밝혔다. 이란을 향해서는 종전 양해각서(MOU)가 ‘시험용’이었다며 사실상 파기를 선언했고, 미 의회에는 군사행동 재개를 공식 통보했다. 미 정부는 14일 오후 4시(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를 기해 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가 현실화할 경우 배럴당 약 80달러를 기준으로 초대형 유조선 한 척당 통행료는 3000만달러(약 4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란이 예고한 통행료보다 16배 이상 비쌀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해운업계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선박들의 연간 통행료가 17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강력히 반발했다. IMO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의 통과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해협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적인 통행료를 도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도 계속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에 대한 4차 공습을 완료했다며 “5시간에 걸친 작전으로 이란 전역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해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해안 방어 시스템과 미사일·드론 기지, 해상 전력에 정밀 유도 무기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사흘째 이어진 미군의 ‘파상 공세’ 배경에도 호르무즈 문제가 중심에 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CBS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에 지난 10일 상선 공격이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길 기대했지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11일 키프로스 국적 화물선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발표하면서 격분했다고 전했다.
이란도 호르무즈 통제권 사수를 이번 전쟁의 최대 ‘고지’로 보고 있다. IRGC는 13일에도 오만 연안을 지나던 유조선을 타격하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조롱 섞인 비판도 쏟아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통행료 부과 방침이 “전적으로 옳은 얘기”라면서도 “20%는 너무 많다. 우리는 보다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의 마지막 끈은 놓지 않고 있어 극적 타결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군은 공습 표적을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는 이란군’으로 특정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13일 “협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틀 전 그들과 합의했으나,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오후 9시(한국시간 17일 오전 10시) 대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연설 주제는 밝히지 않았으나 군사행동 확대나 협상 타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와 통행료 부과 등 이란 사태 관련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