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부모를 부양한 자녀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던 옛 민법의 유류분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새 민법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 |
|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가 자매인 B씨를 상대로 낸 상속재산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C씨는 2022년 11월 세상을 떠나면서 AㆍB씨 등 자녀 3명에게 재산을 3분의 1씩 물려줬다. 그런데 A씨는 C씨가 2016년 B씨에게 준 현금 약 2억원도 3분의 1씩 나눠야 한다며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고 나섰다.
유류분은 모든 상속인에게 법정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는 제도로, 1977년 민법에 도입됐다. 유언 등 피상속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몫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과거에는 주로 장남에게만 상속이 이뤄지다 보니 여성을 비롯한 다른 자녀에게 법적으로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양 의무를 저버린 패륜 가족이 돌연 나타나 상속재산을 요구하는 등 악용되거나,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 변화에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문제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4년 4월 오랜 기간 고인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던 민법 제1118조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헌법불합치는 법령 규정이 위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규정을 즉각 무효화하지 않고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을 말한다. 이에 따라 옛 민법 제1118조도 지난해 말까지는 효력이 유지됐고, 개정 민법은 지난 3월부터 시행됐다.
1ㆍ2심은 모두 B씨가 A씨에게 23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B씨가 받은 약 2억원은 ‘특별수익(상속분의 선급)’으로,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유였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C씨를 27년간 부양하면서 요양병원비, 휴대폰 요금을 부담하는 등 C씨의 생활에 기여한 만큼,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ㆍ2심은 “B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통상의 수준을 넘어 C씨를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재산 유지ㆍ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헌재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했음에도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유류분 제도 시행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 때문이지, 구법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나 위헌심판에서의 구체적 규범 통제의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옛 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는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