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8개 계열사 본격 확대 추진
고정상여금→등급따라 차별화
노조 무더기 고발ㆍ공동투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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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칠성음료에서 직무급제 설명회 이후 출입구에서 운영한 찬반 서명 명부. 실명과 사번, 찬반 여부를 공개적으로 명시해 사실상 강제 동의 절차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노동조합 제공 |
[대한경제=문수아ㆍ정대연 기자] 평생직장과 호봉제 중심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이른바 ‘롯무원(롯데+공무원)’이라 불리던 롯데그룹의 혁신적인 인사 실험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성과와 직무 가치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겠다는 ‘능력주의’ 직무급제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대거 확대되는 과정에서, 임금 삭감 우려와 불공정한 강제 동의 절차로 인해 노사 갈등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직무급제 도입을 앞둔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 노동조합이 회사의 일방적인 근로조건 저하와 동의 강요 행위를 규탄하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시범 도입을 거쳐 올해 28개 주요 계열사로 본격 확대된 롯데의 직무급제 혁신이 도입 단계부터 사법 리스크와 마주한 셈이다.
◆‘정률 상여→GL수’ 정액제…“인건비 통제”
롯데가 다년간 고심 끝에 설계한 직무급제는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평가하는 ‘직무가치(JL)’와 개인의 전문성을 따지는 ‘성장레벨(GL)’을 양대 축으로 삼는다. 매년 연차가 쌓이면 연봉이 대체로 오르던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무슨 일을 얼마나 탁월하게 해내느냐’에 따라 몸값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임직원들이 마주한 현실은 다르다는 불만이다. 가장 큰 쟁점은 기존에 매년 정률(기본급 대비 일정 비율)로 받아오던 고정상여금을 정액제로 고정된 ‘GL 수당’으로 전환하는 대목이다. GL 월간 수당은 △GL0 30만원 △GL1 60만원 △GL2 100만원 △GL3 150만원 △GL4 190만원 등 등급별 정액제로 운영한다. GL수당은 임금인상률을 반영해 기본급과 함께 인상된다.
여기에 상대평가 전환에 따라 하위 등급(GL2)으로 떨어지면 수당이 연간 수백만 원씩 깎여 나간다. 고정 상여가 묶이면서 평균 임금이 깎이고, 결과적으로 퇴직금 산정액까지 도미노로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또한 영업·마케팅 등 매출 기여 부서에만 높은 직무가치(JL)를 부여하고 관리·지원 부서를 저평가하면서 부서 간 양극화 심화와 보직 결정 권한을 쥔 상급자의 사적 보복에 의한 ‘강등 공포’마저 조성되고 있다. 계열사 노조 관계자는 “기존 재원을 늘려 우수 인재에게 얹어주는 것이 아니라, 하위 직원의 고정 상여를 빼앗아 상위 직원에게 몰아주는 ‘조삼모사’식 인건비 통제 수단”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성과보상 재원은 추가로 확보해 우수한 성과 창출 구성원에게 보상을 제공하며, 조삼모사식 재배분 구조는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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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석 민주노총 롯데주류영업지회장이 서울 고용부 본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롯데칠성 노동조합 제공 |
◆찬반 투표에 이름·서명 강제 논란
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동의 절차도 논란꺼리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을 적용하려면 과반수 근로자(또는 과반 노조)의 자율적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직무급제 찬반 투표를 진행하면서 투표용지나 온라인 시스템에 사원번호와 실명을 적어야 하는 ‘기명투표’ 방식을 강행했다. 인사 불이익을 우려한 직원들에게 사실상 ‘찬성 동의서’를 강제로 징구한 셈이다. 심지어 투표율과 찬반 득표율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합의 통과만을 발표해 불신을 키웠다.
이러한 ‘이름표 붙은 투표’는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과 롯데이노베이트 등 앞서 직무급제를 도입한 계열사에서도 고스란히 답습된 문제로 밝혀졌다. 노조는 비밀투표 원칙이 철저히 유린된 원천 무효 거래라며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의 직무급제 파동은 개별 계열사 이슈를 넘어 그룹 전반의 연대 투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당장 오는 8월 설명회와 찬반 투표가 예고된 롯데면세점 노조 역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저지 투쟁을 준비 중이다.
롯데그룹 소속 주요 계열사 노동조합들은 다음 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에 공동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한편, 직무급제 전면 거부 공동 전선을 선언할 예정이다.
내수 부진 속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롯데의 ‘능력주의 보상 체계’ 실험이, 구성원들과의 유기적인 합의와 소통을 생략한 탓에 그룹의 근간을 뒤흔드는 노사 대립의 최대 화약고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을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충분한 설명과 자유로운 의견 교류 등을 거쳐 적법한 절차에 따라 모든 과정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직무전문성과 임직원 역량의 성장을 지원하는 본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수아ㆍ정대연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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