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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정 한-페루 인프라협력센터 협력관. /사진: 해외건설협회 제공 |
[대한경제=김수정 기자] 우리 인프라ㆍ건설 기업들의 시선이 전방위로 쏠려 있던 페루 대선정국이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의 당선 확정으로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결선투표 직후 피 말리는 초박빙 개표 정국과 미처리 투표록 심사를 거치며 대선의 안개가 마침내 걷힌 것이다.
이달 28일 출범한 후지모리 신정부는 “질서 없이는 투자가 없고, 투자 없이는 일자리가 없다”는 강력한 친시장 철학을 바탕으로 경제재건을 선언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최근 수년간 페루 인프라 시장을 잠식해 온 특정 국가자본에 대한 투자편중 리스크를 해소하고, 시장의 투명성과 파트너 다변화를 갈망해 온 내부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신정부의 친시장적 환경조성이 예고된 만큼, 우리 기업들 역시 페루 인프라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대전환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확신을 가지고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페루가 보유한 역내 최고 수준의 거시경제 안정성에 있다.
페루는 2025년 말 인플레이션율을 8년 만의 최저치인 1.7%까지 낮췄으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역시 30.1%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역내 경제대국인 브라질(78.6%)이나 멕시코(45.4%)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재정 건전성이다. 즉, 정권 교체기 특유의 일시적 행정 공백은 있을지언정, 정부의 탄탄한 재정여력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발주 동력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우리 기업은 대선 정국의 가변성을 우려할 필요 없이, 후지모리 당선인의 핵심 공약을 정밀 타격하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후지모리 신정부가 인프라 분야에서 다각도로 추진할 정책기조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력과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유망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메가 프로젝트의 교착해제(Destrabe)와 도시철도ㆍ도로 시장 선점이다.
후지모리는 장기간 표류하거나 지연되던 대형 국책 사업들의 즉각적인 교착해제를 선언했다. 교통 부문에서는 리마 메트로 2호선의 조기 완공은 물론, 차기 노선인 3ㆍ4ㆍ5ㆍ6호선의 조기 착공과 신중앙고속도로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은 단순 도급공사 수주방식을 넘어, 금융조달과 지분참여를 결합한 ‘투자개발사업(PPP)’으로 체질을 개선하여 대형 지하철 및 도로 인프라 시장에 선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둘째, 공공치안 안정을 위한 ‘스마트시티’ 관제 인프라 구축이다.
신정부는 국민적 요구가 가장 높은 치안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기술투자를 예고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예측 기술과 연동된 전국 단위의 ‘C5i(지능형 통합 지휘ㆍ비디오 감시 센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요 대도시에 1만대 이상의 스마트 카메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수집된 정보를 통제(el control), 통신(comunicación), 컴퓨터(Cómputo), 조정(Coordinación), 정보(Inteligencia) 등의 프로세스로 통합관리하는 이 시스템에, 국내 지자체 등에서 완벽히 검증된 한국의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과 5G 기반 방범 제어 기술을 패키지화하여 역제안한다면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셋째, 농업 생산성 증대와 기후대응을 위한 대형 ‘수자원’ 인프라 확충이다.
물 부족 해결과 경제재건을 위해 신정부는 대형 수자원 및 다목적 댐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오랜기간 지연되었던 차비모치크(Chavimochic)나 마헤스 시구아스(Majes Siguas) 등 초대형 농업 전용 용수 공급 인프라 사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방침이다. 한국이 다져온 투명한 사업관리 역량과 스마트 수자원 관리 및 정수 기술력을 활용해 대규모 댐, 하천 정비, 배수 인프라 민관협력(PPP)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제 친시장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는 페루 인프라 시장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이자 전략적 무대가 되고 있다. 후지모리 신정부 출범은 교통, 치안, 수자원, 스마트 인프라 등 핵심 분야에서 지연된 프로젝트를 재가동하고, 민간투자와 해외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은 단순 시공 수주에 머물기보다 금융조달, 설계ㆍ시공, 디지털 솔루션, 운영ㆍ유지관리, 현지 파트너십을 결합한 종합 패키지형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특히 페루가 요구하는 것은 단기적 인프라 공급을 넘어 투명한 사업관리, 안정적 재원조달, 지속 가능한 운영 역량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기업은 도시철도, 도로, 스마트시티, 수자원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시할 수 있다.
새롭게 열리는 후지모리 시대는 한국 기업이 페루의 인프라 혁신과 경제부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나아가 중남미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김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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